알뜰폰 경쟁여건 개선, 케이블 지역성ㆍ공공성 강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CJ헬로 인수를 추진 중인 LG유플러스에 ‘조건부 승인’을 내렸다. CJ헬로가 케이블TV 1위 사업자이면서 알뜰폰 시장 선두주자이기 때문에 과기정통부의 주요 조건들은 LG유플러스의 지나친 지배력 상승을 견제하면서 알뜰폰과 케이블TV 이용자 이익을 보호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과기정통부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기 위해 신청한 주식취득 인가와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건에 대해 조건을 부과해 인가 및 변경승인을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크게 통신분야와 방송분야로 나눠 조건들을 달았다.
먼저 통신분야는 이동통신 3사의 망을 빌려 저렴한 요금제를 운영하는 알뜰폰 시장에서의 LG유플러스 점유율 상승이 주된 이슈였다. LG유플러스는 자회사 미디어로그를 통해 알뜰폰 사업을 하고 있고 알뜰폰 시장 내 점유율은 5.8%(6월 말 기준)다. CJ헬로는 9.4%로 아이즈비전(10.4%)과 1,2위를 다투고 있다. 알뜰폰은 정부가 이통 3사 대비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도록 만든 대표적 가계통신비 절감 정책인데 이통사에 CJ헬로가 인수되면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아지고 정책의 취지도 훼손한다는 이유로 경쟁사들은 CJ헬로의 알뜰폰 사업 분리매각을 주장해왔다.
과기정통부는 이 같은 우려를 감안해 조건을 부과했다. 먼저 LG유플러스의 5GㆍLTE 요금제(완전 무제한 요금제 제외)는 모두 알뜰폰 사업자들에 도매제공하도록 했다. 이때 5G는 LG유플러스 요금 대비 66%까지 도매대가를 인하할 수 있도록 했고, LTE는 도매제공 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의 인하 수준보다 최대 4%포인트 더 인하하도록 정했다. CJ헬로 인수를 허가하되, LG유플러스로부터 망을 빌리는 알뜰폰 업체들이 더 저렴하고 다양한 요금제를 출시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 외에도 알뜰폰이 LG유플러스로부터 데이터를 대용량으로 사전 구매할 때 LG유플러스는 최소 3.2%에서 최대 13%까지 할인해 줘야 하며, LG유플러스의 결합상품과 동등한 조건으로 할인혜택 제공, 5G 스마트폰이나 유심 구매 요청 시 LG유플러스와 동등한 조건으로 구매 대행 지원 등을 조건으로 부과했다.
방송분야는 케이블TV가 지역방송으로서 가지는 방송의 공적 책임, 시청자 권익보호 등을 확보할 수 있는 조건이 주를 이뤘다.
우선 지역성 약화를 방지하기 위해 CJ헬로는 최저가 케이블 상품에 지역채널을 포함하고, LG유플러스는 CJ헬로 지역채널 콘텐츠를 IPTV에서 ‘무료 주문형비디오(VOD)’로 제공해야 한다. CJ헬로 가입자를 부당하게 LG유플러스로 전환시키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가입 기간 연장을 제한하거나 고가 상품으로 전환을 유도하는 행위 등을 금지행위로 지정했다. 콘텐츠 투자 계획 구체화, 다른 케이블TV 사업자와의 협업 및 상생 방안 마련 등도 조건으로 부과됐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인수에 대해 조건부로 승인함으로써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확대 등 미디어 제공환경 변화에 대응해 정체된 방송통신시장에 활력을 부여하면서도 심사과정에서 제기된 알뜰폰 등 기존 시장의 경쟁저해 문제를 해결하고 가계통신비 절감 및 이용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며 “앞으로도 유사한 인수합병 심사과정에서 시장변화에 기업들이 적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신속하게 심사를 진행하는 한편, 시장에서의 경쟁제한이나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는 부분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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