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빈소. LG그룹 제공

“이 땅에 산업화 기틀을 만들었던 선도적 기업가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허창수 회장이 15일 전날 별세한 고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전경련은 구 명예회장 별세 직후 논평을 통해 고인을 애도한 데 이어 이날 허창수 회장 명의의 추도사를 내 고인을 기렸다.

최근 GS그룹 회장에서 명예회장으로 경영에서 물러난 허 회장은 할아버지(구인회-허만정)와 아버지(구자경-허준구) 세대에 이어 구씨 가(家)와 3대째 동업자 관계를 맺고 있다. 허 회장은 막내 동생인 5남 허태수 회장에게 GS그룹 회장 자리를 넘겨줬다.

허 회장은 추도사에서 "갑자기 들려온 비통한 소식에 황망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며 "이제 회장님의 따뜻한 미소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하늘이 원망스럽게 느껴진다"고 슬퍼했다. 그는 구 명예회장이 한국 제조산업이 태동할 무렵부터 직원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전자, 화학 산업의 주춧돌을 놨다며 "연구개발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시절, 혁신적인 기술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그는 "관행을 뒤집고 철저히 고객 관점에서 기술 혁신을 해보자던 회장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이후 민간 최초로 중앙연구소 설립을 이끌며 기술 강국의 미래를 위한 걸음을 시작했고, 고인의 뜻 위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가진 나라 중 하나가 됐다"고 평가했다.

허 회장은 고인이 전경련 회장으로 경제계를 이끌고, 한일 재계 회의 등 민간경제 외교 활동으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도 기여했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또 고인이 형편이 어려워 학업이 어려운 이들에게 배려의 손길을 내밀어 주었고, 문화재단, 아트센터 등을 설립해 대한민국의 문화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공로도 있다고 덧붙였다.

허 회장은 "한국 경제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각국이 국익을 우선시하며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지금, 미래에도 기술과 인재가 최우선이라고 말하던 고인의 말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며 "어느 때보다도 고인의 지혜와 경륜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더는 뵐 수 없는 현실이 야속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허 회장은 "고인의 발자국은 한국 경제발전의 한가운데 뚜렷이 남아 있다"며 "모든 짐을 다 내려놓고 편안히 잠드시기 바란다"고 추모사를 마무리했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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