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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도수 낮아졌어도 ‘독주’인데… TV 광고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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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도수 낮아졌어도 ‘독주’인데… TV 광고 괜찮나?

입력
2019.12.15 13:30
수정
2019.12.15 20:5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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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광고 규제 기준은 20년 전과 똑같은 ‘17도’

진로이즈백 방송광고 중 한 장면. 유튜브 캡쳐
진로이즈백 방송광고 중 한 장면. 유튜브 캡쳐

#낡은 브라운관 텔레비전에서 1970년대 소주광고가 흘러나온다. 소파에 편안하게 앉아 광고를 응시하던 두꺼비 캐릭터는, 손에 든 술잔을 본 뒤 만족스러운 듯 배를 두드린다. (진로이즈백 TV 광고)

# ‘우리 남편이 만드니까’. 강릉의 한 공장에서 시작된 광고 속에 등장하는 소주회사의 직원들이 누군가의 가족이자 전문가, 그리고 우리 국민임을 강조한다. (처음처럼 TV 광고)

소주 광고를 보기 힘들었던 지상파 방송에 다시 소주잔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주류업계가 알코올도수 16.9도의 ‘저도수’ 소주를 잇따라 출시하면서다. 15일 현재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에 따르면 알코올도수 17도 이상의 술은 방송광고가 제한되지만, 이들 제품은 기준보다 단 0.1도 낮아 TV진출이 가능해진 것이다.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은 올해 4월 출시 이후 지상파 광고를 시작했고, 롯데주류는 이달 7일부터 저도수 ‘처음처럼’의 광고를 시작했다. 롯데주류의 경우 방송에 소주광고를 한 건 25년 만이다.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에 알코올도수 규정을 둔건 자연발효로 생성되는 알코올함량보다 높은 도수의 고도주 광고를 제한하기 위한 조치다. 규정이 만들어진 1995년만 해도 시판되는 소주의 도수는 25도였다. 그러나 주류업계가 ‘소주의 대중화’ 전략을 꾀하면서 소주 도수는 2006년 20도, 2012년 19도에서 올해 16.9도까지 낮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층, 특히 여성을 중심으로 혼술 문화와 가벼운 음주를 즐기는 소모임 문화가 확산되면서 ‘순한 술’이 트렌드가 됐다”고 설명했다.

방송 주류광고 연간 빈도. 그래픽=박구원 기자
방송 주류광고 연간 빈도. 그래픽=박구원 기자

문제는 소주가 과거보다 순해졌다 해도 여전히 다른 술에 비해 ‘독주’라는 점이다. 알코올도수 17도 소주 한잔에 든 알코올함량은 약 6.8g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하루 알코올 섭취 제한량이 여성 20g 이하, 남성은 40g 이하임을 따져볼 때 여성은 하루 3잔만 마셔도 위험 음주가 되는 것이다. 더욱이 저도수 소주의 ‘순하다’는 이미지 탓에 과음에 방심하는 경우도 생긴다. ‘과일 소주’ 등 14도 남짓의 소주가 유행하던 2015년 한국소비자연맹이 성인남녀 2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7.4%가 ‘저도수 소주를 마시며 음주량이 늘었다’고 답했다.

광고기준을 환경 변화에 맞춰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방형애 대한보건협회 기획실장은 “소주 도수가 낮아지면서 사실상 방송광고 금지 규정이 사문화된데다, 최근에는 동물 캐릭터를 사용한 광고까지 등장하는 등 성인은 물론 아동까지 고도주를 친숙하게 받아들일 우려가 있다”며 “해외처럼 주류 방송광고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10개국이 소주와 같은 증류주 방송광고를 완전히 금지하고 20개국은 일부 규제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TV주류광고를 전면 금지하고 있으며, 스페인과 노르웨이는 각각 2.25도, 2.5도가 넘는 주류 광고를 모두 금지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음주에 관대해 관련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우리나라 역시 흡연에 비해 지나치게 느슨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지난해 말 음주운전 사망사고 시 처벌을 크게 강화하는 이른바 윤창호 법이 통과된 데 이어,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술병에 유명 연예인 사진을 부착해 광고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OECD 회원국 중 술병에 유명 연예인 사진을 붙여 판매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관계자는 “저도수 소주가 출시되면서 현행 도수규정을 검토한 적이 있으나 아직 사회적 합의가 무르익지 않았다고 생각해 잠정 중단됐다”며 “현행 규정이 아동ㆍ청소년 보호 및 국민 건강에 큰 악영향을 끼친다는 근거가 충분해지면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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