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도넛 브랜드인 ‘크리스피 크림 도넛’의 창업주이자 독일의 부호 가문 중 하나로 꼽히는 라이만 가문이 선대의 친(親)나치 행적에 대한 사죄의 의미로 3,500만유로(약 458억원)의 배상금 지급을 약속했다.
12일(현지시간)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라이만 가문은 나치에 피해를 당한 유대인 지원 단체 ‘독일에 대한 유대인 보상 청구권 회의(이하 청구권 회의)’에 500만유로를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나치 시절 라이만 가문에 의해 강제 노동을 당한 피해자 지원과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 교육 사업에 각각 500만유로와 2,500만유로를 내놓기로 했다. 이 돈은 향후 3년에 걸쳐 나치 희생자 관련 복지 기관 200여곳에 지원될 예정이다.
청구권 회의의 줄리어스 버먼 회장은 “늙고 가난한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이 겨울을 버티기 위해서는 음식ㆍ약과 온기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기부금은 수천 명의 생존자가 존엄하게 살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만 가문의 이 같은 ‘나치 부역 속죄’는 자체적인 조사 결과, 전쟁 기간 군수 업체 운영은 물론 838명을 나치에 부역하도록 했던 과거가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친나치와 나치 희생자가 뒤섞인 비극적 가족사가 후손들의 속죄 의지를 부추겼다. 당시 본처와의 사이에서 자녀가 없던 앨버트 라이만 주니어는 회사 직원 에밀리 렌데커와 혼외 자식 3명을 두었는데 에밀리의 아버지 알프레드 렌데커가 나치에 희생된 유대인이었던 것이다. 나치 지지자 아버지와 나치 희생자 외할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세 자녀 중 둘은 현재 라이만 가문 투자 회사 JAB 홀딩스의 지분 45%를 보유하고 있다. 가문의 과거를 알게 된 라이만 측이 올해 초 가족 재단의 이름을 희생당한 유대인 선조의 이름을 따 알프레드 렌데커 재단으로 바꾼 것도 이 때문이다. 데이빗 카메네츠키 렌데커 재단 회장은 “1,000만유로니 2,500만유로니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렌데커라는 이름 자체가 재단의 진심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차승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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