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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금지법은 ‘붉은 깃발법’? 붉은 깃발법이 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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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금지법은 ‘붉은 깃발법’? 붉은 깃발법이 뭐기에

입력
2019.12.14 10:00
수정
2019.12.14 10:21
0 0
지난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의결되며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절차를 남겨둔 가운데 타다가 8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일대에서 운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의결되며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절차를 남겨둔 가운데 타다가 8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일대에서 운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통과만을 남겨두면서 공유경제의 대표 모델이었던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가 1년6개월의 시한부 운명에 놓이게 됐다. 이 법을 두고 이재웅 쏘카 대표뿐 아니라 모빌리티 업계 내에서도 혁신을 막는 ‘붉은 깃발법’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신구(新舊)산업의 충돌 현장에서 으레 언급되는 ‘붉은 깃발법’의 의미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타다 금지법은 붉은 깃발법” 주장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여객사업법 개정안이 연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타다는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이 지난 2021년 하반기부터 △대여ㆍ반납 장소가 공항 또는 항만이거나 △관광 목적으로 차량을 6시간 이상 빌렸을 때만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다. 결국 현행 방식으로는 운행이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이번 개정안이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렇지 않아도 불법성 여부를 두고 검찰과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여객사업법 개정안까지 덮쳐 사면초가에 몰린 이재웅 쏘카(타다 모회사) 대표는 지난 3일부터 12일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반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 과정에서 “법 개정은 150년 전 붉은 깃발법과 다를 것이 없는 해외토픽감”이라거나 “공포 후 1년 뒤에는 불법이 되고 마는 붉은 깃발법 하에서 투자하거나 사업을 영위할 기업은 없다”며 정부와 여당을 비판했다. 그는 12일 김채규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이 플랫폼 업계와의 간담회에서 “특정업체 사업을 금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제도권 내로 수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점을 두고도, “수천억 보조금을 주는 택시시장에 들어가지 않고 승용차 소유시장을 대체하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택시에게도 나눠주겠다는 타다를 금지하는 붉은 깃발법 통과를 기정사실화하면서도 특정업체 금지 법안이 아니라고 강변하는 국토부가 안타깝다”고 비난했다.

타다와 비슷한 렌터카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차' 운영사 차차크리에이션의 김성준 명예대표 역시 이번 개정안을 “대표적 붉은 깃발 규제악법”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소속 택시기사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타다 OUT'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지난 5월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소속 택시기사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타다 OUT'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시대착오적 규제 상징하는 붉은 깃발법

이들이 여객사업법 개정안을 공박하며 연신 입에 올리는 단어, 붉은 깃발법은 뭘까. 적기조례로도 불리는 이 법은 빅토리아 여왕 시절인 1865년 영국이 증기기관 자동차의 등장으로 피해를 입게 된 마부와 마차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됐다. 기수가 자동차 60야드(55m) 앞에서 붉은 깃발을 들고 가면 자동차가 그 뒤를 천천히 따르도록 하는 방식으로 도심 내 자동차 최고 속도를 성인 남성의 걸음보다도 느린 시속 2마일(3.2㎞)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였다. 자동차는 다른 마차나 말이 앞을 지나갈 때마다 멈춰야 했고, 자전거나 행인보다도 느릴 수밖에 없었다. 조례를 위반할 경우 10파운드의 벌금도 부과했다.

마차 산업을 보호하고 마부들의 일자리를 지켜준다는 취지였지만, 결과적으로 마부들의 일자리는 일자리대로 사라졌고, 산업혁명에 이어 가장 먼저 자동차산업을 이끌었던 영국은 그 주도권을 독일과 미국에 넘겨줘야 했다. 결국 이 법은 반(反)시장 규제와 시대착오적 규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이 대표 역시 당시 상황에 빗대 정부가 택시산업 보호를 위해 신산업에 제동을 거는, 시대에 역행하는 규제를 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붉은 깃발법으로 혁신이 저해된다는 주장은 타다가 처음이 아니다. 그간 산업 환경의 변화로 신산업과 기존 산업이 충돌이 발생할 때마다 새로운 기술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붉은 깃발법 탓에 혁신성장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보고 규제 타파를 외쳤다.

앞서 금융 분야의 대표적인 규제인 ‘은산분리(산업자본 지분 제한)’ 탓에 인터넷전문은행 성장이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은산분리 규제를 붉은 깃발법에 비유하며 과감한 혁신을 주문했다. 2017년 정부가 암호화폐공개(ICO)를 금지하거나 승차공유(우버), 숙박공유(에어비앤비) 등 공유경제에 규제의 칼날을 들이댔을 때도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21세기형 붉은 깃발법 탓에 혁신 산업이 발전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정부 여당은 이번 여객법 개정안이 붉은 깃발법이 아닌 ‘혁신 제도화법’이라고 반박한다. 현재 불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타다 등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서비스의 지속성을 보장한다는 의미다. 박홍근 의원은 “여객법 개정안은 붉은 깃발법이 아니라 택시산업의 혁신과 상생을 위한 법안”이라며 “신산업도 법의 테두리를 지켜야 하고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 공정성, 유관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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