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버릇 없는 교육방송(EBS) 펭귄 캐릭터 ‘펭수’와 사랑에 빠졌다고 영국 BBC방송이 13일 보도했다. 젊은층의 기성세대를 향한 불만 탓에 펭수가 인기를 얻었다는 진단이 이채롭다.
BBC는 펭수가 한국의 대표적 K-팝 그룹인 ‘방탄소년단(BTS)’을 제치고 ‘올해의 인물’에 선정될 정도로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EBS 소품실에서 탄생한 펭수는 원래 어린이를 위한 캐릭터였다. 아이들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뽀통령 ‘뽀로로’의 후속작으로 개발됐다.
하지만 밀레니얼(1982~2000년 사이에 태어난 신세대) 세대가 펭수에 훨씬 더 열광하면서 신드롬으로 번졌다. 나이(10세)와 어울리지 않은 걸걸한 목소리, 무례한 행동 등 기존 관습을 가차없이 깨부수는 언행으로 뜻밖의 사랑을 받고 있다.
펭수의 정체성은 겸손과 예의를 중시하는 보수적 한국사회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오히려 이런 반동적 태도가 어른들에게 불만이 많은 밀레니얼 세대를 자극하는 접점이 됐다는 분석이다. EBS 관계자도 방송과 인터뷰에서 “위계질서나 관행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어린이 특유의 순수함을 가진 점이 펭수의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BBC는 미국 외교전문지 더디플로매트가 우리나라 산업연구원 보고서를 인용해 펭수의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까지 점쳤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머지않아 지구촌 곳곳에서 거대 펭귄을 만나더라도 놀라지 말라”고 당부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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