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키코 손실액 최대 41% 배상 권고… 은행 ‘수용 여부’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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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키코 손실액 최대 41% 배상 권고… 은행 ‘수용 여부’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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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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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조붕구 키코(KIKO)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이 금융감독원의 키코 피해기업 분쟁조정신청에 대한 은행의 배상 조정안을 발표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즈음이던 2007~08년 수출기업에 환차손 위험회피(헤지) 상품으로 대량 판매됐다가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외환파생상품(KIKO)에 대해 금융당국이 분쟁조정 절차를 통해 손해배상을 권고했다. 손실액의 30%를 기본으로 개별 계약 사정에 따라 증감된 액수를 배상하라는 내용으로, 분쟁조정을 신청하지 않은 피해기업에도 일괄 적용된다.

당국의 이러한 결정은 분쟁 당사자인 피해기업과 판매은행이 받아들여야 효력이 생긴다. 피해기업 측은 권고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인 반면, 은행들은 수용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논란의 대명사로 꼽히는 키코 사태가 11년 만에 매듭을 지을 수 있을지는 결국 은행의 결정에 달린 셈이다.

13일 금융감독원은 전날 열린 키코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서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책임을 물어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분쟁조정은 4개 신청기업(원글로벌ㆍ남화통상ㆍ재영솔루텍ㆍ일성하이스코)과 이들에게 키코를 판매한 은행 6곳(신한 우리 산업 KEB하나 대구 씨티)가 대상으로 이뤄졌다. 총 배상액은 225억원이며 은행별로는 신한 150억원, 우리 42억원, 산업 28억원, 하나 18억원, 대구 11억원, 씨티 6억원이다.

키코는 계약기간 동안 환율이 약정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미리 정해진 환율(행사환율)로 달러를 처분할 수 있는 상품이다. 수출 후 외화로 대금을 받을 때까지 걸리는 기간 동안 환율이 떨어져 손해 보는 걸 피하려는 기업들이 주고객이다. 다만 환율이 한 번이라도 상한선을 넘으면 계약금액의 2배에 해당하는 달러를 행사환율로 팔아야 한다. 기업 입장에선 달러를 시세보다 낮게 처분하며 손실을 보는 상황인데,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환율이 치솟으면서 당시 판매된 키코 상품 대부분의 상한선이 뚫리는 사태가 빚어졌다. 당시 키코 계약을 맺은 기업은 738개, 피해액은 3조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키코 계약을 체결할 때 고객 기업의 외화유입액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과도한 환헤지를 권하며 피해를 키웠다고 판단했다. 41% 배상을 권고 받은 원글로벌은 계약 당시 수출 실적이 급감한 점이 반영되지 않았고, 또 다른 기업은 수출액 중 달러화 비중이 30% 수준에 불과한 데도 다른 통화를 달러화로 환산한 액수까지 더해 계약을 맺었다. 금감원은 기업들이 스스로 계약의 위험성을 살펴야 하는 ‘자기책임원칙’을 감안해 기본 배상비율을 30%로 정하고 여기에 기업별 계약 상황을 반영해 비율을 더하거나 뺐다.

키코사태 주요일지

이번 결정은 앞서 당국의 배상 권고가 내려진 파생결합펀드(DLF)에 이어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 책임을 엄하게 물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키코의 경우 형사적 판단(사기판매 무혐의)과 민사소송(불완전판매에 한해 일부 배상)이 2012~13년 마무리됐고 손해배상 소멸시효(10년)까지 지난 사안임에도 금감원이 피해 구제를 추진해 주목 받았다. 정성웅 금감원 부원장보는 “은행들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유사 피해기업에 대해 고객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금감원도 이를 면밀히 살피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키코 피해기업들이 모인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사실상 분쟁조정 결과 수용 의사를 밝혔다. 공대위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결과는 다소 아쉽지만 키코 사태의 해결을 위한 단초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며 “은행들이 진정성을 가지고 협상에 임해달라”고 주문했다.

반면 은행들은 “내부 검토를 거쳐 수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그간 은행권은 소멸시효가 지난 손해배상은 자칫 배임이 될 수 있다고 난색을 표해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배상 안건을 올리더라도 이사들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승인하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당국 권고를 수용할 경우 150곳 정도로 알려진 나머지 피해기업에도 배상해야 하는 큰 부담이 따른다.

금감원은 이번 조정 과정에 은행권 입장이 충분히 감안된 만큼 권고안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무법인 4곳에서 금융당국의 배상 권고 이행은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검토 결과를 받아 은행 측에 전달했다”며 “나머지 피해기업에 대한 배상 규모도 은행 측과 조율해 대략적으로 정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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