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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숙 교수의 헬시 에이징] 과다한 항산화제 섭취… 오히려 조기 노화 불러온다

입력
2019.12.16 18:00
수정
2019.12.16 21:56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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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숙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활성산소는 노화를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숨을 쉴 때 몸속으로 들어온 산소가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배기가스 같은 강력한 산화력을 가진 물질을 생성한다. 바로 활성산소다. 활성산소는 호흡을 할 때 생기는 내부적 요인뿐만 아니라 환경오염 화학물질 자외선 음주 흡연 스트레스 과도한 운동 등 외부적 요인으로도 만들어진다.

활성산소가 적당히 생성되면 다양한 생리적인 작용을 하거나 몸을 보호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활성산소가 과잉 생성되면 DNA 구조를 파괴하기에 위궤양 고혈압 피부노화 동맥경화 심장질환 암 백내장 만성피로증후군 파킨스병 관절염 당뇨병 알레르기천식 아토피성 피부염 등 거의 모든 병을 일으킬 수 있다.

활성산소는 무엇보다 세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우리 몸 안에서 재생을 담당하는 줄기세포에도 영향을 주므로 노화·암 등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건강에 매우 위협적인 존재인 셈이다. 자기재생과 분화조절을 하는 줄기세포는 몸의 항상성과 젊음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다치거나 피곤할 때 푹 자거나 영양식을 먹으면 회복되는 것은 줄기세포가 열심히 재생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줄기세포는 재생하는 일을 하지 않는 상태(dormant state)를 선호한다. 활성산소로 인해 줄기세포의 재생능력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활성산소를 줄여 줄기세포의 산화 스트레스를 감소하는 것이 노화 예방에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건강을 위협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기 위해 요즘 항산화 물질이 많이 든 각종 영양제를 섭취한다. 비타민C 토코페롤 플라보노이드 폴리페놀 페놀산 등이 잘 알려진 천연 항산화 물질이다. 또한 과일 채소 곡류 콩류 등이 활성산소를 억제·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빨강 노랑 주황 보라 검정 등 ‘컬러 푸드’에는 항산화 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어 매 끼니마다 컬러 푸드를 먹는 것이 유행이 됐다.

문제는 영양제나 과일 채소 등에 들어 있는 항산화 물질을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노화와 질병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스리포트에 따르면 고용량의 합성 항산화제가 줄기세포 내 DNA를 손상해 줄기세포의 조기 노화를 유도한다.

고용량 항산화제를 줄기세포에 주입하면 재생에 매우 중요한 줄기세포에 세포주기 정지, 유전자 변형과 손상 등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큰 문제가 생긴다. 결과적으로 과다한 항산화제가 오히려 조기 노화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최근 건강에 좋다는 다양한 음식이 일반에게 소개되면서 항산화제를 과다 섭취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심지어 건강한 식단, 즉 골고루 다양한 영양분을 섭취하기보다 특정 과일·음식·영양제만 먹는 어르신도 주위에서 종종 보게 된다.

미국 애드먼드 앨버타대 약대 짐 케러 교수는 과일·채소만 먹는다고 항산화제를 과다 섭취하는 것은 아니지만 항산화 영양제를 먹다간 쉽게 고용량을 섭취하게 된다고 보고했다. 또한 항산화 영양제를 많이 먹으면 좋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이는 잘못으로 영양제 하루 섭취량을 잘 확인해 복용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캐나다 토론토대 영양학과 벤켓 라오 명예교수는 연령·성별에 따라 영양분의 ‘예상평균요구량(EAR)’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비타민E 한 알만 먹어도 25~50세 남성의 하루 필요 섭취량(1,000㎎)을 훌쩍 뛰어 넘어 과다 섭취할 수 있다. 시중에 팔리고 있는 영양제에는 제품에 따라 한 알만 먹어도 하루 권장량의 몇 배를 섭취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캐나다 미국 호주 이탈리아 핀란드 등 다국적 연구에 따르면 폐암 및 심혈관 질환 환자에게 비타민E 같은 항산화제를 다량 투여하면 항산화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대신 산화 스트레스를 촉진한다. 또한 비타민A 함량이 높으면 심각한 간 손상이 생길 수 있어 영양분을 적당량 섭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안했다. 이처럼 항산화제를 고용량 복용하다간 오히려 몸을 해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으므로 항산화제 복용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그림 2문지숙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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