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동아시아고대학회서 발표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마주한 짧은 인연이 ‘집념’의 대상이 됐다. 암호처럼 쓰인 향가(鄕歌) 구절에 매료돼 그 기원을 탐구하길 벌써 40여년이다. 오랜 공직 생활을 마친 후 본격적인 향가 연구에 뛰어든 김영회(61) 향가연구소장 이야기다.
그래선지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소장은 약간 흥분한 얼굴이었다. 14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에서 열리는 동아시아고대학회 학술대회에서 그간 연구를 정리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서다.
“삼국유사와 균여전부터 일본 최고(最古) 문학집인 만엽집까지, 향가가 담긴 국내외 사료들을 전부 들여다보는 중”이라고 했다. 나름대로의 향가 창작법과 해독법을 밝힌 논문을 완성한 데 따른 것이다.
향가 연구를 시작한 사람은 일본 언어학자 오구라 신페이(小倉進平ㆍ1882~1944) 박사다. 1929년 우리 향가 25수를(삼국유사 14편, 균여전 11편) 해독하면서 ‘향가 및 이두의 연구’를 냈다. 일제 연구에 문제의식을 느낀 국어학자 양주동(1903~1977) 박사는 1942년 향가 25수를 다시 해독한 후 그 방법론을 담은 ‘고가연구’를 펴냈다. 이후 향가 해석은 양 박사의 방법을 따르고 있다.
김 소장은 양 박사와는 다른 방법론을 주장한다. 그는 “향가는 한자의 음(音ㆍ소리)과 훈(訓ㆍ뜻)을 빌려 표기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양 박사는 오구라 박사를 따라 소리를 주요 요소로 해독했다”며 “하지만 소리가 아닌 뜻으로 해석했을 때 그 의미가 더 명확해진다”고 주장했다.
신라 문무왕 때 승려 광덕이 지은 것으로 알려진 ‘원왕생가’의 한 구절을 예로 들었다. 원왕생가 중 ‘月下伊底亦西方念丁去賜里遣’을 오구라와 양 박사는 소리대로 ‘월하 이저역 서방념정 거사리견’으로 읽은 뒤 그에 맞춰 ‘달아! 이제 서방(西方ㆍ불교의 이상향)까지 가시려는고’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김 소장은 이 구절을 뜻대로 읽어서 ‘달(月)이 지는 이(伊) 밑(下) 또한 서방정토라 생각(念)하여 중생(丁)에게 가(去)주고(賜)....’로 해독해야 지은이의 불심이 더 명확해진다고 주장했다.
학계는 김 소장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는 “논문 발표를 기점으로 연구소 활성화를 위해 국내외 연구진들과 호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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