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약 탑재 안해 참사는 막아”
잦은 고장에 수리 작업도 잡음
러시아군이 유일하게 보유한 ‘아드미랄 쿠즈네초프’ 항공모함에서 12일(현지시간) 불이 나 승조원 등 12명이 부상하고 3명이 실종됐다고 타스통신 등이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러시아 북서부 무르만스크의 제35선박공장에서 수리 중이던 쿠즈네초프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군함 내부 600㎡ 면적을 태우고 3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화재로 군인 2명을 포함해 12명이 다쳤고, 이 중 1명은 중태라고 재난당국은 전했다. 부상자 대부분은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실종된 3명도 수색 중이다. 화재 당시 선박에는 수리공과 인부 등 약 400명이 타고 있었으나 대부분 긴급히 대피해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불이 날 당시 항모 내부에 무기와 탄약이 없었던 점도 참사를 막은 요인으로 꼽힌다.
화재 원인은 일단 설비 용접 도중 불꽃이 바닥에 있던 중유로 옮겨 붙으면서 번진 것으로 나타났다. 선박수리회사 관계자는 “군함 제1동력실에서 에너지 설비 교체 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불길이 케이블을 따라 선실과 갑판으로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구 소련 시절인 1985년 진수돼 1990년 실전 배치된 쿠즈네초프함은 현재 러시아가 보유한 단 한 척의 항모다. 길이 305m, 폭 72m 규모의 5만9,000톤급 항모로 러시아 북해함대에 속해 있다.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사거리 625㎞의 ‘그라니트’ 순항미사일로 무장하고 있으며 30여대의 선상 전투기 및 헬기도 탑재했다.
러시아 해군은 항모가 노후화로 잦은 문제를 일으키자 2년 전부터 장비 교체 등 수리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제82선박수리공장에서 부유 도크(floating dock)가 침몰해 항모 일부가 손상되는 등 수리 과정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테르팍스통신은 “이날 화재로 수리 일정이 최소 1년 6개월 늦춰질 것”이라고 전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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