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에서 밀레니얼의 정치 진출이 활발하다. ‘밀레니얼’은 1982~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전 세계 인구의 25%를 차지한다. 이들은 어떤 세대보다 풍족하게 성장해 학력도 높고 어려서부터 디지털 기기와 친숙한 첫 번째 ‘디지털 네이티브’세대이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탓에 실업률은 높고 임금은 낮고, 학자금 융자 등으로 인해 빚도 많아 부모보다 못살게 된 첫 번째 세대다.
□ 최근 34세 세계 최연소 총리를 탄생시킨 핀란드가 밀레니얼 정치세력화의 선두주자이다. 산나 마린 핀란드 신임 총리와 연정을 구성한 5개 정당 대표 중 4개 당 대표가 35세 미만이다. 마린 총리는 28세에 전국적 주목을 받은 경험 많은 정치인으로 전형적인 밀레니얼이다. 저소득 싱글맘과 동성 파트너 사이에서 성장한 마린 총리는 2015년 의회 진출 직후 “고등학생이 된 후 기성 정치인들은 나와 다른 사람이란 것을 깨달았다”고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소속 사민당 내에서도 가장 젠더와 환경 이슈에 관심이 높은 좌파로 분류된다.
□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밀레니얼 사회주의’는 기존 사회민주주의와 다르다며, 그들의 정치 성향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무상 의료 등 사회복지 체계 강화와 ‘그린 뉴딜’로 대표되는 환경 정책을 위해 정부의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것에 찬성한다. 둘째 저금리 정책을 선호하는데 이는 이들의 높은 채무 부담과 관계가 있다. 셋째가 이들이 사민주의와 차별되는 결정적 특징이다. 자본주의를 개혁해야 한다는 생각은 같지만 그 이유가 계층 불평등 때문이 아니다. 자본주의 체계는 과도한 경쟁을 강요하고 그 결과 개인의 자유와 존엄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장에서 권위적 구속과 불평등에 예민하다.
□ 어제 총선이 끝난 영국과 내년 대선을 위한 민주당 후보 경쟁이 한창인 미국에서도 밀레니얼이 노동당과 민주당을 좌로 끌어당기며 기존 정치 구도를 뒤흔들고 있다. 스타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이 최근 “지금 미국에서는 늙은 보수파 공화당과 민주당 젊은 세대 간의 거대한 세대 전쟁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말했을 정도이다. 우리나라 밀레니얼도 그 이전 세대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이들을 대변하는 정치 세력을 찾기 힘들다. 내년 구성될 21대 국회에서 밀레니얼 원내대표, 더 나아가 밀레니얼 총리ㆍ장관 탄생 소식을 하루빨리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게 정상적인 정치이다.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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