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춘천시, 1조원대 관련 시설 유치 선언
충북ㆍ전남 등 타당성 용역 발 빠르게 대응

‘슈퍼 현미경’이라 불리는 방사광 가속기 연구시설 유치를 위한 전국 자치단체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강원도와 춘천시, 강원대는 ‘방사광 가속기 연구시설 춘천 유치’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1조원에 이르는 국책과제 유치에 착수했다고 14일 밝혔다. 최문순 지사는 물론 김헌영 강원대총장, 이재수 시장 모두 유치에 사활을 걸고 공조한다.
이들은 춘천이 수도권과 1시간 거리에 있고, 각종 재난ㆍ재해로부터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강원대 스크립스 연구소 등 춘천지역 내 산학연 인프라도 견실하다는 장점이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방사광 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했을 때 생기는 빛으로 미세한 물질이나 현상을 관찰하는 장치다. 학계와 관련 업계에선 슈퍼 현미경이라 부른다. 기초과학 분야는 물론 에너지, 신소재, 바이오 산업까지 활용 범위가 넓다. 그 동안 방사광 가속기를 통해 단백질 및 유전자 분석으로 신약을 만들어냈고, 반도체용 정밀 소자 개발에도 힘을 보탰다.
자치단체 입장에선 방사광 가속기 연구시설을 유치할 경우 파급 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초과학과 응용공학 분야를 동시에 육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춘천시만 해도 수천억 원대 경제효과와 9,000여개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춘천에 앞서 충북 청주와 전남 나주, 인천 등이 유치전에 뛰어든 이유다. 충북과 전남 등은 타당성 조사용역에 나서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문순 지사 역시 “방사광 가속기의 유치는 바이오, 의료기기, 에너지 등의 도내 전략산업과 연계해 강원도가 중부권 최대의 과학산업단지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10년 전인 2009년 강원 원주와 충북 오송, 대구가 경합했던 첨단의료복합단지 선정 때와 같은 과열경쟁이 펼쳐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당시 탈락한 강원도와 원주시, 지역 정가는 첨복단지 심사결과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는 등 정치적 문제로 변질됐다.
때문에 아직 정부 계획이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지역간 과열경쟁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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