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수사관 3명 검찰 소환 조사
경찰이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당시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기 위해 가혹행위까지 벌였다는 취지의 진술이 나왔다. 경찰이 ‘진범 논란’이 불거진 8차 사건 수사 관련 불법행위를 인정한 것은 처음이어서 파장이 일고 있다.
13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전준철)는 최근 이춘재 8차 사건 당시 수사관이었던 장모 형사 등 3명을 불러 조사했다.
이들 수사관은 8차사건 범인으로 옥살이까지 한 윤모(52)씨를 수사하면서 불법적으로 체포ㆍ감금하고 구타와 가혹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 수사관은 조사 과정에서 8차 사건 발생 직후 소아마비 장애인인 윤씨를 붙잡아 잠을 재우지 않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처음 확인됐다. “일체의 가혹행위는 없었다”던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그러나 장 형사는 윤씨를 주먹이나 발로 때리는 등 폭행을 가한 의혹에 대해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쪼그려 뛰기’를 시키는 등 다른 가혹행위를 했다는 의혹은 이미 사망한 최모 형사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최 형사도 윤씨와 관련해 가혹행위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윤씨는 앞서 경찰 조사에서 “과거 경찰수사 받을 당시 몇 차례 구타와 함께 3일 동안 고문을 당했고, 어쩔 수 없이 허위자백을 했다”고 털어놨다.
윤씨는 경찰이 지난달 8차 사건의 진범으로 이춘재를 확정하면서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경찰의 가혹행위 흔적은 수사 자료에도 남아 있다. 윤씨의 재심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다산에 따르면 당시 수사보고서에 윤씨는 1989년 7월 25일 밤 불법체포된 뒤 범행을 계속 부인하다가 갑자기 다음날 새벽 5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자백한 것으로 나와 있다.
윤씨 측 박준영 변호사는 “시간상으로 보면 잠을 재우지 않은 채 밤샘 조사를 벌였다는 입증자료”라며 “이후에도 이틀 동안 추가로 잠을 재우지 않고 고통을 준 정황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전날 1989년 수사 당시 윤씨를 범인으로 특정하는데 결정적 증거로 사용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서가 허위로 조작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런 정황과 수사자료 등을 토대로 윤씨에 대한 경찰조사 당시 강압이나 고문 등 위법행위가 있었는지, 실제로 허위자백을 했는지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