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안전 강화 법안, 이른바 ‘민식이법’이 논란의 중심에 선 건 아마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발언 때문이었을 것이다.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하에 민식이법 등을 먼저 통과시켜줄 것을 제안한다.” 이 발언은 민생법안을 정쟁의 볼모로 잡았다는 비판에 부닥쳤지만, 동시에 또 다른 논란을 촉발시켰다. 민식이법은 사실 졸속 처리된 악법으로, 볼모로 잡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 자체로서도 통과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민식이법’으로 묶인 복수의 법안 중,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제한속도를 지키지 않거나 안전 의무를 위반하여 어린이 사망사고를 일으켰을 경우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과잉 처벌을 초래할 것이라 주장한다. 제한속도야 충분히 지킬 수 있는 것일지 몰라도, 일단 사고가 나면 안전 의무를 온전히 지켰다 인정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것이다. 일리가 없는 주장은 아니다. 교통사고 처리에선 무과실을 인정받기 힘들다는 속설이 있고, 특히 보행자를 친 경우라면 전방 주시 태만 등 운전자의 책임을 묻는 게 일반적이다. 이것이 검경은 물론 법원에 이르기까지 형사사법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과 겹쳐, ‘사실상 피할 수 없는 사고조차도, 사고가 나면 무조건 과실이 인정되어 징역형을 받게 될 것’이라는 공포가 만연해 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형량이다. 본회의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강효상 의원은 ‘민식이법’의 처벌 형량이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처벌하는 ‘윤창호법’과 같다는 점을 지적한다. 음주운전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나 마찬가지인 중대한 범죄인데, 아무리 어린이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다 해도 어디까지나 과실로 인한 사고에 같은 처벌을 한다는 건 형벌의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런 공포에는 과장된 부분이 존재한다. 민사상의 불법행위 책임과 형사 책임은 서로 별개로 검토되어야 하며, 소위 과실비율을 따지는 것과 형사재판에서 잘못을 가리는 것은 사실 다른 문제다. 또 일각에서 ‘무조건 징역형’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과 달리 3년 이하의 징역에는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으며, 작량감경에 의해 1년 6개월에서 3년 미만의 선고 또한 가능하다. 법조문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못잖게 중요한 것은 사법부가 법을 실제로 적용함에 있어 안전 의무를 어느 선에서 요구할 것인가, 양형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사실 과잉 처벌 논란은 지엽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민식이법’은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한국은 여전히 보행자 중심이 아니라 자동차 중심의 운전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조차 제한속도 다 지키고, 횡단보도마다 일시정지해가며 운전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래봤자 답답한 사람, 운전 못 하는 사람 취급이나 받을 뿐이다. 잘못된 문화지만 그 뿌리가 너무 깊어, 오히려 건강한 문화가 꽃필 수 없게 새싹을 죄다 말려 죽이는 중이다.
자동차는 언제든 죽음을 초래할 수 있는,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는 거대한 쇳덩어리다. 도시는 안 그래도 너무 많은 차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동차가 더는 도시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민식이법’이 두렵다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조심해야 한다. 운전자들은 앞으론 어린이 보호구역을 아예 피해 다녀야겠다고 자조하지만, 농담이 아니라 차라리 그렇게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어린이 보호구역을 어린이들에게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면 말이다. 운전자는 원래 더 조심해야 하고,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 과잉 처벌에 대한 우려도 무시해선 안 되지만, 그건 자동차는 원래 위험한 물건이고 그 위험성만큼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분명한 원칙 위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임예인 슬로우뉴스, ㅍㅍㅅㅅ 편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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