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도발 의지 자극 우려도
미국 국방부가 12일(현지시간) 지상발사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진행했다고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이 일제히 보도했다. 러시아와 맺은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탈퇴 이후 이뤄진 미국의 두 번째 중거리 미사일 발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시험 발사는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이뤄졌으며, 미사일은 500㎞ 이상 비행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번 시험에서 얻은 데이터와 교훈은 향후 국방부의 미래 중거리 전력 개발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다만 이번 발사의 군사적 의도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미국의 연이은 중거리급 미사일 발사는 일단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INF는 1987년 12월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사거리 500~5,500㎞의 순항ㆍ탄도 미사일을 폐기키로 한 협정이다. 당시 급속도로 진행된 탈(脫)냉전 흐름에서 도출된 두 강대국 간 대표적인 군축 합의다.
그러나 지난 8월 미국은 순항 미사일을 개발한 러시아가 INF를 위반했다며 INF 파기를 선언했다. 이어 같은 달 18일 서부 해안에서 지상발사형 중거리 순항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러시아가 먼저 협정을 깼다는 명분을 들었으나 중국의 군사력 팽창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을 얻었다.
미국의 이번 탄도 미사일 발사가 북미 간 최근 대치 국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핵화 협상 ‘연말 시한’을 강조하고 있는 북한은 향후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가 없을 경우 “새로운 길”을 가겠다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대형 군사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 같은 시점에서 중ㆍ러를 견제하기 위해 이뤄진 미국의 탄도 미사일 발사가 되레 북한의 도발 명분으로 쓰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조영빈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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