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들 비용 줄이기 위한 것… 환경부 탁상행정”

내년 1월 1일로 예정된 대형마트 자율포장대 종이박스 퇴출 조치가 소비자 반발에 부딪혔다. 환경단체는 자율포장대 운영비용 때문에 마트들이 요구한 조치를 정부가 소비자 의견도 듣지 않고 추진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빈 박스가 모자라면 새 박스를 사서 공급하고, (박스에 붙일) 테이프도 구입해야 돼 비용이 많이 드니까 마트들이 (종이박스 폐지를) 환경부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어 “환경부가 자문을 구하고 소비자 설문도 구하고 했더라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건데 단순하게 노끈과 테이프를 줄일 수 있다는 생각만 했다.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소비자들이 마트에서 구입한 상품을 종이박스에 포장해 가져가는 것은 재활용 측면에서 좋은 방법이라는 게 김 이사장의 시각이다. 그는 “(테이프나 노끈으로 고정하지 않고) 박스 밑을 접어서 사용할 수 있다. 물건을 담아 집에 가져갔다가 박스를 재활용품에 내놓으면 무조건 100% 재활용이 된다”고 설명했다. “빈 박스 제공은 미국 대형마트가 다 따라 하는 좋은 정책인데, 이 좋은 정책을 왜 폐지를 해야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대형마트들은 종이박스를 치우는 대신 장바구니를 임대해주는 대안을 내놨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장바구니도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다른 플라스틱을 만들어내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장바구니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이사장은 종이박스를 계속 제공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종이박스를 제공하고 그게 싫은 사람은 장바구니를 임대하든지 선택하게 하면 된다”며 “(노끈과 테이프만 없애고) 이대로 가는 게 가장 무난하다”고 말했다.
자율포장대 종이박스 퇴출에 대해 소비자의 반발이 거세지자 환경부는 조만간 대형마트와 회의를 열어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앞서 지난 8월 환경부와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농협하나로유통 등 대형마트 4개사는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 점포 운영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는 포장용 종이상자를 무료로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장바구니를 빌려주거나 종이상자를 판매할 계획이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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