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 있는 킹 파흐드 국립경기장에서 지난 10월 31일(현지시간)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 ‘크라운 주얼 2019’ 중 경기장을 찾은 한 여성이 사우디 레슬러 만수르를 응원하며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다. 리야드=AP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상 처음으로 여자골프 대회가 열린다. 하지만 세계 인권 단체들은 사우디 정부가 ‘스포츠 이벤트 개최로 인권 문제를 세탁하려 한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는 13일(한국시간) “2020년 3월 19일부터 나흘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로열 그린스 골프 앤드 컨트리클럽에서 총상금 100만달러 규모의 대회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대회에는 LET 투어 소속 선수 108명이 출전하며, 전 세계 55개국으로 중계방송될 예정이다.

여성 인권이 제한적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번 대회 개최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에서야 여성의 스포츠 경기장 입장과 운전이 허용될 정도로 남녀 차별이 심한 국가다.

하지만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비전 2030’이라는 사회 개혁 정책을 추진하면서 스포츠 이벤트를 필두로 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는 고질적인 남녀 차별 제도와 인권 침해가 여성 인력의 발전을 저해하고 외국 투자에 방해 요인이 된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이 정책의 영향으로 여성이 외국으로 나갈 때 남성 보호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제도는 올해 8월 폐지됐고, 식당에서 남녀 출입구와 자리를 따로 두도록 하는 성별 분리 규정도 이달 초에 삭제됐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사건 이후 첫 해외 순방 중인 가운데 지난해 12월 27일 튀니지 튀니스에서 일어난 사우디 왕세자 방문 반대 시위 현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사우디의 개혁 정책을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스포츠 이벤트로 인권 문제를 세탁하려 한다는 이야기다. 지난 1월 사우디는 유러피언투어 남자 골프대회를 개최해 세계적인 톱 랭커들을 초청한 바 있는데, 이에 많은 인권 단체들이 지난해 10월 반정부 성향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사우디 정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커지자 국제적인 관심을 흐리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사우디 정부는 지난주 프로복싱 헤비급 타이틀전을 개최하는 등 최근 스포츠 행사 개최에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월 이탈리아 슈퍼컵에 이어 내년 1월에는 스페인 슈퍼컵 경기를 유치했다. 또 사우디는 모터스포츠, 승마 등의 국제 대회도 잇달아 개최할 예정이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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