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 장관 출신도 이름 올려
황창규 회장에 이어 KT를 이끌어 갈 차기 회장 유력 후보군 9명 중 8명의 명단이 공개됐다. 전ㆍ현직을 포함한 KT 임원 7명이 포함됐고, 외부 인사 중에선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후보군에 올랐다.
회장 선출 때마다 번번이 ‘정치적 외풍’에 휘말렸던 KT에서 이번만큼은 내부 인사를 발탁해 ‘외압’ 논란을 끊어낼 것이란 전망과, 전통적 규제 산업인 통신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정치권 인맥이 넓은 관료 출신이 부각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동시에 제기되면서 치열한 경합이 예상된다.
12일 KT 이사회는 차기 회장 후보 심사 대상자 총 9명 중 이름 비공개를 요청한 1명을 제외하고 구현모, 김태호, 노준형, 박윤영, 이동면, 임헌문, 최두환, 표현명(가나다 순) 8명의 후보자들을 공개했다. KT가 회장 선임을 앞두고 후보자 실명을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 동안 업계에서 예상했던 인물들 외 ‘깜짝 인사’는 없었다. 특히 앞서 언급돼 왔던 전직과 현직 KT 출신들이 대거 포진됐다. 현직 인사로는 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 이동면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사장), 박윤영 기업사업부문장(부사장) 등 3명이 이름을 올렸다. 황창규 회장의 첫 비서실장을 지낸 구 사장은 황 회장의 복심 중 한 명으로 꼽히며, 연구개발 전문가로 평가 받는 이 사장도 황 회장의 신임을 받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박 부사장은 KT 기업부문 사업 실적을 끌어올린 성과로 부사장임에도 9인 후보군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전직 KT 경영진 출신은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 사장을 비롯해 KT 텔레콤&컨버전스부문장(사장)을 지냈던 표현명 전 롯데렌탈 사장, KT 종합기술원장과 포스코ICT 사장을 지낸 최두환 포스코ICT 사내이사, KT IT기획실장 출신 김태호 전 서울교통공사 사장 등이다. 대부분 KT 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외에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도 최종 후보에 들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정보통신기술(ICT) 주무 부처인 정통부 장관을 지내 전문성과 리더십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 출신이 회장직에 오를 경우 사업 연속성을 보장하고 업무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코드 인사’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일각에선 유료방송 시장 인수합병 등 KT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선 정권과 우호적 관계를 가진 관(官) 출신 인사가 규제 이슈 해결의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이들 후보 9명을 추린 KT 지배구조위원회는 2차 심사를 맡을 회장후보심사위원회에 명단을 넘긴다. 면접 대상자 명단이 확정된 이날 김종구 사외이사를 위원장으로 한 회장후보심사위원회가 정식 발족했다. 회장후보심사위는 사내이사 1인과 김종구 위원장을 포함한 사외이사 8인으로 구성됐으며, 앞으로 후보들에 대한 심층면접, 다면평가를 진행하게 된다. 회장후보심사위는 △경영ㆍ경제에 관한 지식 △ICT 분야 지식과 경험 △기업 경영 경험 △최고경영자(CEO)로서 자질과 능력 등을 심사 기준으로 세웠다.
회장후보심사위가 5배수 안쪽으로 후보군을 다시 추려 이사회에 올리면, 이사회가 최종 후보 1인을 선정하게 된다. 신임 회장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선임되는 때부터 2023년 3월까지 KT를 이끌게 된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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