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서민 주거안정 및 실수요자 보호’를 목표로 부동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17년부터 집값을 잡고 서민 중심의 주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내 놓은 정책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그러나 국민의 평가는 냉정하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긍정적으로 본 국민은 30%에도 못 미쳤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연구팀은 이달 초 만 19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집에 대한 인식과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에 대해 질문했다.
집에 대한 만족도, 위치>교통>넓이
먼저 지금 살고 있는 집에 대한 만족도를 물었다. 위치에 만족한다는 응답이 56%, 교통에 만족한다는 응답이 53%였다. 살 곳을 택할 때 교통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의 넓이(면적)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주거 형태에 따라 차이가 컸다. 자가 거주자는 52%가 만족한다고 한 반면, 전세 거주자는 33%, 월세 거주자는 28%만이 만족한다고 답했다. 주변 문화시설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33%로 다소 낮은 편이었다.
무주택자 “규제 미흡”, 다주택자 “규제 지나쳐”
집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무주택자)과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유주택자)의 집값에 대한 시각은 서로 달랐다. 자기 집이 있는 사람의 70%는 자신이 사는 지역의 집값이 물가 대비 적절하다고 답한 반면, 집을 소유하지 않은 사람 중에서는 44%만이 적당한 수준이란 입장이었다. 주택을 구입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높은 집값이 장벽이지만, 이미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집값의 상승은 자산가치의 증대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차이가 가장 두드러지는 지점은 정부의 다주택자ㆍ임대사업자 규제 수준에 대한 평가였다. 규제 대상에 해당하는 다주택자는 38%가 현 정부의 다주택자ㆍ임대사업자 규제 정책이 과도하다고 답해 적절하다는 응답(31%)보다 높았다. 반면 무주택자의 경우 규제가 과도하다는 응답이 8%에 그친 반면 미흡하다는 지적은 54%나 됐다.
집값 조정을 위한 정부의 개입 역시 무주택자는 83%가 찬성한 반면 다주택자는 56%만이 동의했다. 현 부동산 정책이 집주인에게 유리하다는 의견에도 무주택자는 89%가 찬성한 반면 다주택자는 66%만 동의해 적잖은 차이를 나타났다.
다주택자 역시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다수였다. 하지만 지나친 개입에는 부정적 입장을 명확히 취했다. 반면 무주택자는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다주택자 직접 규제 실효성 높아
다양한 부동산 정책이 시장 안정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도 물었다. 지방 미분양 지역의 신규아파트 공급 제한은 44%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수도권 공공택지 개발 및 규제완화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와 분양가상한제 확대에 대해서도 각각 53%만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제한은 응답자의 64%가, 고가주택 보유자ㆍ다주택자 과세율 인상은 61%가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공급을 확대해 시장논리에 따라 집값을 낮추는 정책보다는, 집을 여러 채 살 여력이 있는 사람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게 시장 안정에 더 도움이 된다고 여긴다는 이야기다.
분양가상한제, 기대와 우려의 공존
정부는 지난달 강남 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와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 등 서울 8개 구, 27개 동을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했다. 분양가상한제에 대해서는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주변지역 집값 상승 등 부작용이 더 클 것이란 우려가 공존했다.
우선 분양가상한제가 건설사의 폭리를 막을 것이란 데엔 80%가 동의했다. 투기과열지구의 집값을 조정해 부동산 시장 안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데에도 71%가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최대 10년 동안 집을 되팔지 못하게 해 실수요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에도 64%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주변 지역의 집값이 상승할 수 있다는 의견에 50%, 분양수익이 줄어들어 재건축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에도 48%가 동의했다. 기대감 못잖게 우려감 역시 무시 못할 수준인 셈이다.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59%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낮은 평가를 받았다. 투기수요를 철저히 차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정부 설명이 무색하게 국민 절반(47%)은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오히려 투기를 부추기는 것 같다고 답했다. 부동산 정책이 집값 안정화로 이어지는 것 같다는 응답은 33%에 그친 반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응답은 59%나 됐다. 또 4명 중 3명 꼴인 76%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서민ㆍ중산층의 내집 마련에 도움이 안 되고 있다고 답했다. 정책의 취지, 정부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이동한 한국리서치 여론본부 과장, 서주연 한국리서치 여론본부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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