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출연기관 현주소] <상> 음주운전, 업무추진비 사적 사용, 뇌물수수 등 도덕적 해이도 심각
※경북도 출자출연기관들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경북도가 최대 지분을 갖고 운영을 지원하는 이들 기관들이 당초 목적과 달리 방만 부실경영과 낙하산 인사, 고액 연봉, 도덕적 해이로 도민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급기야 경북도의회도 제도적 정비 필요성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3회에 걸쳐 현실태와 대책을 짚어본다.
경북도 안동의료원이 심각한 재정악화 상황에 내몰렸다. 이달에는 직원 270명의 월급조차 줄 수 없는 형편이다. 지난 7월 진료 전문의 3명이 동시 퇴직한 후 진료 공백도 뚜렷하다. 9월에는 자금 압박으로 2억7,000만원짜리 정기예금까지 해약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없다.
경북도 출자출연기관들의 방만 부실경영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경북도 재정에도 큰 부담이다. 30곳의 출자출연기관 중 경북문화관광공사를 제외한 29곳에 경북도가 올해 지원한 예산은 인건비, 운영비 등 경상경비만 1,190억원에 이른다.
경북도가 올 하반기 실시한 감사와 경북도의회 행정사무감사 결과 출자출연기관들의 부실경영과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다.
안동의료원은 최근 경북도 감사에서도 3명 정원의 약사를 10년 동안 1명이 근무해 약사행정의 부실운영이 지적됐다. 또 직원 수당 부적정 지급 및 의료기 구입계약 부적정 등 9건의 부실운영 사례도 적발됐다. 간호사들에게 특정 정당 가입을 독려하고 후원금을 내게 한 사실도 드러나면서 부실경영의 종합세트라는 지적이다.
포항의료원도 2016년부터 적자가 누적되면서 지난해에는 25억원을 넘겼다. 하지만 경쟁력도 없는 2개 진료과를 계속 운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북도문화재연구원은 2015년 12월 연구원 적립금 70억원을 기금으로 전환한 뒤 이자로 교육사업 등 공공기관성격에 맞는 사업에 써야 했다. 하지만 매출하락과 경영악화를 이유로 경북도와 협의도 없이 2017년 20억원, 2018년 25억원을 인건비 등 운영비로 써 원금조차 25억원으로 줄어 들었다.
시설을 목적에 맞게 활용하지 않거나 계약관계를 부실하게 한 기관도 있다.
경북도청소년수련관은 청소년 우선, 지역주민 복지향상을 위해 시설을 운영해야 함에도 2015년부터 5년 동안 연평균 66일, 주로 주말에 다단계 영업판매원 연수용으로 빌려줬다. 청소년시설에서 음주 흡연 등 부적절한 행위를 한 사실을 적발하고도 시설가동률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이를 눈감고 계속 임대했다.
새마을세계화재단은 특정 산학협력단의 연구용역 성과물 납품기간을 조작했다. 협력단은 실제로는 22개월이나 어겼지만 8개월로 속여 1억여원의 지연배상금을 195만원만 부과했다.
이에대한 경북도의회 질책도 이어지고 있다. 황병직 경북도의원은 “경북개발공사는 청렴도 평가에서 최저등급인 5등급을 받았고, 일부 직원은 뇌물수수로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며 지속적인 내부직원 교육으로 청렴도를 높이라”고 질타했다.
김성진 경북도의원은 “도민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조직의 인력과 자원을 낭비하며, 조직운영을 저해하는 일부 출자출연기관의 기관장과 임직원의 일탈적 행보에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기다 직원 음주운전 조치 미흡, 관용차량 사적 이용, 업무추진비 사적 사용, 계약직원 성과급 미지급 등 기관마다 10여건의 부적정한 업무 처리 사례가 적발됐다.
한편, 경북도가 지난 9월 발표한 산하공공기관 2018년 경영평가 결과 청소년진흥원, 국학진흥원, 문화콘텐츠진흥원 등 3개 기관이 최고등급인 S등급을 받은 반면 독립운동기념관과 독도재단은 최하위 등급인 C, D를 받았다. 교통문화연수원 등 8개 기관은 A등급, 문화엑스포 등 12개 기관은 B등급이다.
이용호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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