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인구정책 전문가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여성, 가족, 복지 중심의 기존 패러다임에 갇혀 있는 저출산 정책을 재점검해야 합니다.”

12일 정부서울청사에 모인 인구 전문가들은 정부에 보다 근본적이고 선제적인 인구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여성, 외국인, 주거 등 출산과 인구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대한 제언도 이어졌다. 기획재정부가 ‘제2기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 출범에 앞서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한 ‘인구정책 전문가 간담회’ 자리에서다.

이날 전문가들은 단순히 아이를 많이 낳게 하는 것이 인구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강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부원장은 “출산에 대한 가치관을 변화시키거나 출산율을 획기적으로 반등시키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출산율 목표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TF는) 공론화를 촉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저출산 정책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기보다 저출산 원인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를 통해 핵심과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일하는 여성을 위한 정책의 필요성도 재차 강조됐다. 김영란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고(高)출산기에 마련된 사회시스템이 현재 저(低)출산 시기에도 작동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노동시장에서 남성과 동등한 여성의 지위를 보장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허재준 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을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이민청 등 포괄적 이민정책 전담기관 설치(정기선 이민정책연구원장) △지역별 여건에 맞는 주거안정 정책 마련(이수욱 주택연구원 주택토지연구본부장) △지연인구 감소 대응 정책 추진(김현호 지방행정연구원 지역포용발전실장) 등 제안이 이어졌다.

간담회를 주재한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금년 3분기까지 합계출산율은 0.93명, 출생아수는 23만2,000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이라며 “조만간 제2기 인구정책TF를 출범시켜 인구구조 변화와 직결된 핵심적ㆍ구조적 과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4월 제1기 인구정책TF를 구성해 7개월 간 논의를 진행한 결과 △고령자 계속 고용 촉진 △중장기 교원수급 계획 마련 △주택연금ㆍ개인연금 개선 등 20개 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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