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계기로 신탁상품 판매를 아예 금지 당할 위기에 몰렸던 은행권은 12일 금융당국의 제한적 판매허용 방침에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반면 금융소비자보호 단체는 “피해자의 요구는 외면한 채 사태 원인 제공자인 은행의 요구를 허용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당국이 기존 입장을 번복하며 신탁 상품 판매를 허용한 데 대해 ‘다행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초자산으로 허용된 5개 지수 모두 현재 판매되고 있는 상품”이라며 “사업을 유지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올해도 3분기까지 수백억원의 수수료 이익을 낸 신탁 상품 판매가 막힐 경우 내년 사업 계획을 수정해야 할 뻔했다”며 안도했다.
다만 신탁상품 판매 규모를 은행별로 11월 말 수준으로 제한한 점은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고령화에 따라 신탁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사업을 더 확대할 길이 막힌 셈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부담도 늘어날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판매 총량을 제한하면 만기가 도래한 규모만큼만 새로 판매할 수 있는데, 수요가 그보다 많을 경우에는 신탁이 아닌 펀드(ELF)로 팔아야 한다”며 “펀드는 은행 신탁수수료 외에 운용 보수까지 부담해야 해 소비자의 보수ㆍ수수료 부담이 30% 가량 늘어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소비자 보호단체들은 당국의 오락가락 행보에 큰 불만을 나타냈다. 특히 DLF 피해 고객들이 △배상비율 가중ㆍ감경 사유를 피해자와 협의하고 공개할 것 △손실배수 333배인 독일금리 연계 상품에 가점을 적용할 것 △공모규제 회피 등 은행 책임을 반영한 일괄 배상비율을 적용할 것 등의 여러 요구를 하고 있음에도 “이 같은 요구에는 반응이 없으면서, 은행의 요구는 수용했다”고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당국이 DLF 사태를 불러일으킨 은행의 요구를 수용해 ‘소원 수리’를 해준 반면 DLF 피해 고객들의 요구는 외면하는 이중적 태도에 피해 고객들은 실망감을 넘어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며 “당국이 은행의 로비에 넘어갔다”고 비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