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집 성추행’ 피고인의 아내 추정 인물의 하소연
대법 “일관된 피해자 진술 신빙성, 함부로 배척해선 안돼”
대법원에서 12일 유죄가 확정된 이른바 ‘곰탕집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피고인의 아내라 밝힌 작성자가 쓴 글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피고인 남성이 곰탕집에서 지나가는 피해자 여성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는 혐의는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신빙성’이 인정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최종 판단을 받았지만 판결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여론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이날 판결 직후 이 작성자는 사건 초기 최초로 글을 올렸던 온라인 커뮤니티에 다시 ‘곰탕집 사건 글 올렸던 와이프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정의로운 소식으로 글을 올리고 싶었는데 이제 다 끝”이라며 “이제 저희가 더 이상 뭘 어떻게 해야 될 지,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운을 띄웠다.
이어 ‘그런 행위를 보지 못 했다. 당시 식당에서 피고인을 보면서 내려오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일이 있었다면 못 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 증인의 말 등 피고인에게 유리했던 증거들을 들며 “모두 다 무시된 채 오로지 ‘일관된 진술’ 하나에 제 남편은 이제 강제추행이라는 전과 기록을 평생 달고 살아야 한다”고 한탄했다.
그는 “그마저도 사건 기록들을 살펴보면 정말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인데 어떻게 그 말 하나에 이렇게 될 수 있나”라며 “이게 정말 대통령이 말하는 정의롭고 공정한 나라냐”고 되물었다. 또 “선고 받고 내려오는 길이라며 전화한 남편의 ‘딱 죽고 싶다’ 말 한 마디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며 “시간이 지나면 해결해줄 거라고 덤덤한 척 얘기했지만 도대체 왜 저희 가족이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고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울러 “유죄 확정으로 이제는 언제 상대방 측에서 민사소송이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이 시간들을 저희는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라며 “이제는 차라리 ‘정말 남편이 만졌더라면, 정말 그런 짓을 했더라면 억울하지도 않겠다’라는 심정인데, 제 남편의 말은 법에서 들어주지를 않아 더 이상 말할 기회조차 없어 어디가서 이 억울함을 토해내야 될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2017년 일어난 이 사건은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아 피고인이 법정구속 되면서 논란이 됐다. 당시 공개된 여러 각도의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에서는 사건이 일어난 시간이 1.33초에 불과하고 흐릿해 범행의 분별이 어려웠는데, 피해자 진술 외에 혐의를 명확히 입증할 증거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징역 6개월의 형량은 너무 무거운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과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지인 등은 “추행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법원은 “일관되고 신빙성 있는 피해자 진술이 CCTV 동선, 앞뒤 정황 등과 일치한다” 등의 이유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 피고인이 “CCTV 영상을 보기 전엔 신체접촉이 전혀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영상을 보니 신체접촉을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진술을 번복한 정황도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피고인은 지난해 4월 2심에서 같은 형량에 집행유예 2년 선고를 받으며 구치소에서는 풀려났지만, 대법원은 이날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고 합리적이며, 허위 진술할 동기나 이유가 없는 한 진술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며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