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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공통친구를 보면 ‘절친’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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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공통친구를 보면 ‘절친’이 보인다

입력
2019.12.12 20:00
수정
2019.12.12 21:47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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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가 페이스북의 연결망을 활용해 친한 친구를 추려내는 방법을 선보이고 있다. 동아시아 제공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가 페이스북의 연결망을 활용해 친한 친구를 추려내는 방법을 선보이고 있다. 동아시아 제공

우리는 ‘절친’이 누군지, 얼마나 가까운지 직관적으로 안다. 그런데 ‘얼마나’ 친한 지까지 말할 수 있을까. 물리학 이론으로 사회 현상을 알기 쉽게 설명해온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크기와 방향을 함께 나타내는 ‘벡터’를 끄집어낸 뒤 페이스북을 활용한 ‘절친 증명법’을 시도한다. 방법은 이렇다. 두 사람의 페이스북 공통 친구들을 점으로 두고 각 점을 서로 연결한다. 공통친구가 많을수록 서로를 잇는 선은 굵어진다. 선들이 가장 강하게 연결된 점이 바로 당신의 절친일 확률이 높다.

이건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저자는 1990년대 유행했던 통 넓은 바지가 2019년에 다시 유행하게 된 이유, 회사에서 점심때 된장찌개를 먹으려는 직장상사를 설득하는 방법, 유명 국회의원일수록 법안 발의 수가 적은 이유, 우리나라 흥행 상위 영화 관객 수가 반으로 떨어지는 이유, 족보에 며느리 이름이 늘어난 이유, 베스트셀러 수명을 측정하는 방법 등 시시콜콜한 사회 현상들을 물리학의 관점에서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전작이자 4년 전 출간한 ‘세상물정의 물리학’의 속편에 가깝다.

2016년 10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 수십만 명의 시민들이 운집해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6년 10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 수십만 명의 시민들이 운집해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일상에서의 소소한 현상뿐 아니라 한국 정치나 사회 이슈처럼 민감한 사안도 물리학적 분석이 가능하다. 예컨대 2016년 말부터 시작된 촛불집회의 성공요인으로 저자는 물리학의 ‘상전이(相轉移)’ 현상을 끌어온다.

상전이는 더워지면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되듯, 물질이 다른 상으로 상태를 바꾸는 물리 현상을 말한다. 물리학 연구에 따르면 A에서 B로 변할 때 B에서도 이런 변화를 원하는 강력한 이들이 13.4% 이상 있어야 A에서 B로의 상전이가 일어난다.

이를 촛불집회에 대입해보자면 박근혜 정권 교체는 이 13.4%, 즉 인구 5,000만명 중에 정권 교체를 간절하게 원하는 약 670만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이세돌 9단이 2016년 3월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인 알파고과 대결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이세돌 9단이 2016년 3월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인 알파고과 대결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그렇다고 과학 만능주의는 또 아니다. 예컨대 2016년 3월 인공지능(AI)과 이세돌 9단의 대국에서 이 9단이 패하자 사람들은 ‘인간이 만들어낸 AI를 인간이 이길 수 없다’는 공포감에 휩싸였다.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동아시아 발행ㆍ344쪽ㆍ1만5,000원

하지만 저자는 “상처는 아팠지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라며 인간을 위로한다. 그는 알파고를 “곱셈 잘하는 계산기처럼, 바둑 잘 두는 기계일 뿐”이라고 일갈한다. 저자는 오히려 패배한 뒤 복기하려 애쓰는 이 9단의 모습이야말로 인간의 위대함을 보여준다고 밝힌다.

“인간이 가진 ‘알고자 함’의 위대함으로 인류는 알파고를 만든 거다. 앞으로 먼 미래에나 우리 곁에 올지도 모를, 사람과 구별할 수 없는 강한 의미의 인공지능에 대해 고민할 시간은 아직 많다. 다른 사람이 졌는데도 가슴 아파하는 우리 모두를 보며, 인류의 미래에서 희망을 본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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