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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왜, 총선에서 이기려고 합니까?

입력
2019.12.13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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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선거에서 이기려고 하는 것일까?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중 누구든 총선에서 승리하면 심각한 불평등, 빈곤, 자살률, 출산율, 활력을 잃어가는 경제,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를 해결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살 만한 나라다운 나라가 만들어지는 것인가. 한국일보 자료사진
왜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선거에서 이기려고 하는 것일까?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중 누구든 총선에서 승리하면 심각한 불평등, 빈곤, 자살률, 출산율, 활력을 잃어가는 경제,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를 해결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살 만한 나라다운 나라가 만들어지는 것인가.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회의원 총선거가 넉 달 앞으로 다가왔다. 정당들은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을 짜기에 분주하고, 정치평론가들의 총선 전략에 대한 훈수도 넘쳐 나고 있다. 전문가들의 정치훈수를 듣다 보면, 그 훈수를 따르는 정당은 누구나 손쉽게 총선에서 승리할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명망 있는 한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민주당에 대한 반대를 약화시키는 전략을 맨 앞에 두고, 자유한국당에 대한 반대를 제일 뒤에 두어야 하는데, 지금 민주당은 정반대의 전략을 선택했다고 진단했다. 자유한국당도 마찬가지이다. 가장 끝에 배치해야 할 핵심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전략을 맨 앞에 두고, 두 번째로 와야 할 자유한국당에 대한 거부감을 약화시키는 전략을 맨 뒤에 두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두 당 모두 잘못된 총선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런데 궁금하다. 왜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선거에서 이기려고 하는 것일까?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중 누구든 총선에서 승리하면 심각한 불평등, 빈곤, 자살률, 출산율, 활력을 잃어가는 경제,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를 해결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살 만한 나라다운 나라가 만들어지는 것인가.

한 번의 선거로 어떻게 그런 엄청난 일이 가능하냐고? 한 번의 선거가 아니다. 적어도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졌던 거의 모든 선거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은 자신들이 집권하면 평범한 사람들이 살 만한 세상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런 세상은 오지 않았다. 그런 세상이 오기는커녕 지난 30년 동안 평범한 사람들과 특권층과의 격차는 점점 더 커져만 갔다.

박정희의 성장신화를 재현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겠다며 집권했던 보수정부 9년 동안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낙수효과는 없었다. 낙수효과는커녕 성장 자체가 동력을 잃었다. 안보를 이유로 강화했던 대북 압박은 한반도에서 전쟁위험을 극대화했다. 민주주의는 위협받았고, 권위주의 시대의 권력기관들이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

보수정부만 그랬던 것이 아니다. 연인원 1,700만명이 넘는 시민의 항쟁으로 집권한 민주당 정권은 세상을 바꿀 것 같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기대했던 그런 변혁은 없었다. 물론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보수정부 9년 동안 위기에 처했던 민주주의는 간신히 제자리를 찾았고,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험은 분명히 낮아졌다. 불평등과 빈곤을 완화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도 더 커졌다.

하지만 이런 성과는 촛불항쟁을 통해 집권한 정부의 성과로 이야기하기에는 마음이 불편하다. 이런 일들은 일상적 선거를 통해 집권한 자유주의 정부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한반도 평화, 민주주의, 복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떠올려 본다면 민주당 정권 2년 반이 특별할 이유가 없다.

촛불항쟁으로 불의한 정권을 무너뜨리고 집권한 정부가 이 정도라면, 민주당이 총선이라는 일상적 선거에서 승리해도 달라질 것은 없을 것 같다. 보수정당보다는 복지 친화적이고, 민주주의에 우호적이며,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것 같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이 소망하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지는 모르겠다.

요즘 세간에는 “왜 정권을 잡으려고 하는데?” “무엇을 하려고 정권을 잡으려고 하는데?”라는 체념적인 질문이 떠돌고 있다. 정당은 탁월한 선거 전략을 짜고 실행해 선거에 승리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과 한국당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탁월한’ 선거 전략인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국정을 책임지려는 공당이라면 왜 내가 집권해야 하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승리를 위한 ‘탁월한’ 전략은 그 다음이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는 탁월한 선거공학 같은 전략이 아니라 자신들이 왜 집권해야 하는지를 지금 실천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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