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마지막 길에는 ‘대우맨’만 있지 않았다. 정재계 인사들을 포함해 이틀간 9,000여명의 조문객들이 김 전 회장을 배웅했다.
장례 이틀째인 11일 김 전 회장의 유족들은 오전 9시부터 장례 이틀째 조문을 받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조문한 인사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었다. 박 회장은 오전 8시 50분 임원 10여명과 함께 빈소를 찾았다. 동행한 임원에는 박 회장의 아들인 박준경 금호석화 상무와 딸인 박주형 상무도 포함됐다. 박 회장의 친형인 고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은 김 전 회장과 사돈관계다.
금호그룹은 과거 대우그룹과 사돈지간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박찬구 회장의 친형인 고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장녀 박은형씨가 김우중 회장의 차남 김선협 포천아도니스 사장과 결혼하면서 사돈의 연이 맺어졌다.
박 회장은 “직접적인 인연은 없었지만, 형님과 사돈지간이었다”며 “(김 전 회장은)우리나라 재계의 큰 인물이었는데 (돌아가셔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찬구 회장의 형인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오후 3시께 빈소를 찾았다. 박삼구 전 회장은 고인에 대해 “우리나라 재계 거인이었다”며 “한국 경제에 큰 역할을 하신 분이 떠나 너무나 안타깝다”고 전했다.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도 오전 9시50분쯤 중에 빈소를 찾았다. 손 명예회장은 “김 회장은 참 많은 일을 했다. 우리나라 기업인들이 전 세계 어디든 가서 기업활동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 보여줬다”라며 “비즈니스를 결단할 때 최일선에서 결정권자와 만나 바로 결정하는 과단성과 담대함을 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재계 인사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장치혁 전 고합그룹 회장,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등이 연이어 빈소를 찾았다.
최태원 회장은 “한국 재계 1세대 기업인이자 큰 어른으로서 청년들에게 꿈과 도전 정신을 심어주셨던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권영수 LG그룹 부회장도 이날 저녁 늦은 시간 빈소를 찾아 고인을 기렸다. 권 부회장은 “탱크주의로 불릴 만큼 도전적이셨던 분으로 많이 존경해 왔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김 전 회장을 기억하는 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오후 빈소를 찾은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외환위기 때 꾸려진 노사정위원회에서 김 전 회장과 함께 활동한 인연을 소개하면서 “기업가 정신을 제대로 보여주신 최고의 기업인이셨다. 오늘의 대한민국 경제에 선구적 역할을 하셨다”며 “그늘도 있었지만 대단한 역할을 하신 분”이라고 밝혔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최고위원은 “김 전 회장은 우리나라를 세계로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분으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고인의 명언은 다른 말이 더 필요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말”이라며 “아직도 하실 일이 많으신데 대단히 애석하다”고 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한국 경제의 성장 신화를 직접 만든 주인공”이라며 “제가 1995년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에 근무할 때 젊은 박사들 몇 명이 경주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김 전 회장, 계열사 사장 등과 토론하며 우리 경제에 관해 얘기했던 기억이 있다”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오후 8시쯤 나란히 김우중 전 회장의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했다. 문재인 정부 주요 인사 중에서는 첫 조문이다.
김 정책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참여정부 시절 고인과의 여러 인연을 언급하며 직접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하라고 지시했다”며 “김 전 회장은 세계 경영의 신화를 만들었고, 베트남을 비롯한 주요 아세안 국가에서 젊은 인재를 양성하는 사업을 했는데 이 모든 것이 시대를 앞선 선견지명을 가진 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도 전 대우그룹 임원들은 빈소를 지키며 조문객들을 맞이했다. 장병주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장(전 ㈜대우 사장)과 추호석 아주학원 이사장(전 대우중공업 사장), 이경훈 전 ㈜대우 회장 등은 오전 8시30분쯤부터 빈소를 찾아 상주와 함께 자리를 지켰다. 또 임원진뿐만 아니라 한국GM(옛 대우자동차) 노조 관계자들도 이날 장례식장을 찾아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대우에 입사해 평생 ‘상사맨’으로 살아온 김영상 포스코인터내셔널(옛 대우인터내셔널) 대표이사 사장은 “김 전 회장으로부터 ‘도전적으로 세계 시장을 개척한 글로벌 정신’을 본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전 회장 영결식은 12일 오전 8시 아주대병원 별관 대강당에서 열린다. 장병주 회장이 조사를 맡으며 손병두 전 호암재단 이사장의 추도사가 예정돼 있다. 영결식에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최고위원,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 등도 참석한다. 고인을 실은 영구차는 영결식 직후 아주대 본관과 교정을 돌 예정이며, 고인은 장지인 충남 태안 선산에서 영면에 든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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