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위 정연창 대표

장애를 가진 아이와 함께 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장애를 가진 자녀를 보살펴야 하는 부모는 매 순간 찾아오는 불안과 자책에 하루하루를 고행의 시간으로 보내기 십상이다.

10일 오후 경기 안양시 한적한 주택가에 있는‘미투위(Me To We)’라는 이름을 가진 회사를 찾아 가는 동안 몇 가지 질문을 스스로 묻고 대답했다. 그 곳에서 정연창(46) 대표를 만나기로 했고, 정 대표는 과거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장애를 가진 아들을 보면서 사업을 구상했고, 아들과 같은 장애아들을 위한 회사를 만들고자 했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어떤 마음으로 사업을 시작했는지, 그 사업은 잘 되고 있는지, 앞으로의 계획은 여전히 변함이 없는지’ 등등 질문이 넘실거렸다.

10일 오후 정연창 대표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경기도 안양시에 있는 미투위 사무실 겸 작업실. 박형기 인턴기자

어렵게 찾은 미투위 사무실 겸 작업실은 한적했다. 1층 편의점 옆으로 난 사람 한 명 겨우 오갈 수 있는 좁은 계단을 딛고 올라섰다. 문을 두드리자 정 대표가 밝은 웃음으로 반겼다. “둘이 지내는데 많이 좁습니다.”은은하게 풍기는 가죽 냄새, 가지런히 놓여 있는 아기자기한 가죽 제품,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거나 아직은 개발 중인 색색의 가죽 신발들. 전형적인 가죽 공방의 모습이었다. ‘아직은 세속의 때가 묻지 않은’, ‘체계가 완전히 잡히지는 않는 듯한’ 신생 회사의 내부였다.

◇“짚신인데 짚신만이 아닌 신발을 팝니다”

‘회사를 차린 게 언제냐’는 질문에 정 대표는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018년부터였다”고 답했다. 고작 1년 남짓 됐다는 얘기였다. 현재 함께 하는 직원은 ‘작가’라 불리는 이가 유일했다. 사실상 1인 회사라고 해도 무방했다.

미투위는 ‘에스파듀(espadrille)’에 로퍼 디자인을 입힌 신발을 제작해 판매를 하는 업체다. 신발 밑창을 삼베로 엮어 짚신처럼 만들고 발등을 덮는 부분은 천이나 가죽으로 만든 신발이 바로 에스파듀다.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스페인에서 주로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신발인데 국내에서는 제작하는 곳도 없고, 제대로 된 에스파듀를 만드는 기술에 관심을 가진 곳도 없다. 미투위가 사실상 유일한 곳이다. 정 대표는 “독학으로 연구하고, 따로 구두 만드는 장인을 찾아가 공부한 것만 2,3년이 걸렸다”고 했다.

정 대표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정보기술(IT)기업에서 브랜드 아이덴티티(BI) 등을 컨설팅 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뇌병변과 지적장애를 가진 아들이 태어나기 전까지는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게 일상이었다. “아이가 장애가 있어 발목 근육에 힘이 없어요. 일반 사람들이 신는 신발은 불편해서 신을 수가 없었던 거죠.”

정 대표는 장애인들을 위한 맞춤 신발도 소용없었다고 했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신발을 신겨도 아들은 고통을 호소하면서 신발을 신지 않겠다고 떼를 썼다. 그는 “고민하다가 제가 직접 신발을 만들어서 신겨야겠다 생각을 하게 됐다”며 “그러다가 우연히 스페인에서 만들어지는 에스파듀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미투위가 생산해 판매하는 로퍼 에스파듀. 박형기 인턴기자 /2019-12-10(한국일보)

일반적으로 발바닥에는 1㎝당 땀샘이 620개 정도가 있다고 한다. 신체의 다른 곳보다 3배 정도 많은 수치, 그래서 통풍이 잘 안 될 경우 신발 안에 땀이 찰 가능성은 다른 곳보다 훨씬 높다. 정 대표는 “특히 여름이 되면 아들의 발은 무좀에 걸려 있었고, 항상 짓물러지곤 했다”며 “에스파듀는 바닥창이 삼베로 만들어져서 통풍이 일반 신발보다 훨씬 잘 될 수밖에 없고 가죽도 훨씬 부드러운 한 장의 천연 소가죽을 써 무엇보다 편안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장애인도 평범하게 일할 수 있는 회사”

지난 7월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차정몽구재단이 고용노동부 등과 함께 2012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2019 H-온드림 사회적기업 창업오디션’ 시상식이 열렸다. 행사에서는 두 달여 간의 심사를 거쳐 탄생한 22개 팀의 ‘펠로’가 발표됐는데, 명단에는 정 대표와 미투위 이름도 포함돼 있었다. 현대차그룹 측은 “미투위는 스페인의 전통 신발에서 영감을 얻어 발 질환자를 위한 통기성 높은 신발을 내놓았다”며 “미투위 신발은 100% 수작업으로 제작되는데 장애인 시설에 신발 제작을 위탁해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고 소개했다.

10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미투위 사무실 겸 작업실에서 정연창 대표가 직접 신발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작업은 매우 간단했지만 정 대표는 트래킹화로 써도 될 만큼 신발의 내구성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박형기 인턴기자
◇“장애를 가진 이들을 하늘의 별과 같이”

정 대표는 “우리 신발을 열손가락 서로돌봄사회적협동조합의 어머니들이 맡아 제작했다”고 했다. 중증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키우고 돌보고 있는 어머니들이 신발 외피와 내피를 바늘로 한 땀 한 땀 바느질해서 완성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 분들은 아이들 곁을 항상 지키고 있어야 하는데, 아이들을 돌보는 것과 신발을 만드는 일을 동시에 하는 게 가능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와 미투위는 ‘장애인이 평범하게 일하는 회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아직 사업 초기인 지금이야 엄청난 일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규모의 일손이 필요한 것도 아닌 게 사실이다. 하지만 차츰 사업을 키워나가 언젠가는 도달해야 할 목표점을 그렇게 잡아 놓은 것이다. 정 대표는 “정부의 지원이나 사회적 인식 개선 등으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예전보다는 더 사회에 잘 적응하고 지낼 수 있게 됐다”면서도 “하지만 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기 힘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곧장 그럴 것이라는 답은 못하겠다”고 털어놨다.

미투위는 곧 ‘감사노트’라는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장애아동이 말한 ‘할 수 있다’는 말의 음파를 형상화한 로고가 인상적인 노트에 하루하루에 대한 감사의 글이 가득했으면 좋겠다는 게 정 대표의 바람이다. 박형기 인턴기자

현재 정 대표는 에스퍄듀 신발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을 한창 준비 중이다. 중증 발달장애를 가진 한 아이의 “할 수 있다” 말에서 탄생한 한 권의 노트, 그리고 이를 통해 펼쳐나갈 캠페인이다. 노트에는 아이가 외친 ‘할 수 있다’는 말의 음파를 시각화해 로고를 새겨 놓았다. 장애를 가진 아이가 내뱉는 그 희망의 메시지를 생각하면서 노트에 하루하루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감사함을 가득 담았으면 한다는 게 정 대표의 바람이다. 그래서 이름도 ‘감사노트’로 정해놓았다.

“장애를 가진 이들을 도와줘야 하는 존재로만 보기보다 어떤 때는 예쁘기도 하고 또 다른 때는 평범한 일상이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게 해주는 동반자로 봐 줬으면 합니다. 하늘의 별처럼 봐줬으면 어떨까 싶어요.”

정 대표는 끝으로 “미투위도 계속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사회 참여 기회와 자립 기반을 조성해주는 발판의 역할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사실 이날 인터뷰를 하는 내내, 정 대표는 참 많이도 웃었다.

10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미투위 사무실 겸 작업실에서 만난 정연창 대표가 회사를 대표하는 친환경 핸드메이드 로퍼 ‘에스파듀’를 소개하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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