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정서 기준’으로 칼 빼들어

자유한국당 총선기획단 총괄팀장인 이진복(가운데) 의원와 전희경(왼쪽) 의원이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한국당 총선기획단이 입시·채용·병역·국적 4대 분야 부적격자 배제 등 3가지 공천 부적격 판단 기준을 마련했다고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자녀나 친인척 등이 연루된 입시ㆍ채용 비리 등을 이른바 ‘조국형 범죄’로 규정하고, 이에 해당하면 내년 총선 공천에서 부적격 처리하기로 했다. 한국당 공천을 신청할 자격이 아예 없다는 뜻이다. 강력범죄, 뇌물 관련 범죄, 사기 등 재산 범죄, 선거범죄, 성범죄 등 5가지 혐의로 하급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도 공천에서 배제된다. 기존 집행유예 이상 판결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현역의원 대거 물갈이의 도화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총선기획단은 11일 “‘국민의 기준’에 맞는 공천 부적격 기준을 대폭 강화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런 방침을 발표했다. 기획단은 지역구 의원 30%를 공천배제(컷오프) 하는 등 현역 의원 50%를 물갈이한다는 인적쇄신안을 발표한 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공천 부적격 기준을 논의해 왔다.

한국당은 조국형 범죄라 명명한 입시ㆍ채용과 병역ㆍ국적 등 4대 분야에서 비리가 적발될 땐 예외 없이 부적격 처리하기로 했다. 병역은 본인, 배우자, 자녀가 대상이다. 국적은 고의적인 원정출산 등을 뜻한다. 이에 따르면 당장 피부병으로 병역 면제를 받은 황교안 당대표와 아들 원정출산 의혹이 불거졌던 나경원 의원이 해당되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진복 기획단 총괄팀장은 “나 의원은 본인이 아니라고 했다. 대상자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선거범죄 등 5개 유형의 범죄는 공천 신청 당시 하급심 유죄 판결만 받아도 공천에서 배제되는 만큼, 관련 혐의로 재판에 걸려 있는 이들의 운명을 좌우할 전망이다. 다만 당 방침에 따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의원 60명은 앞으로 재판이 열리더라도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했다.

이 외에도 한국당은 권력을 남용해 편법으로 재산을 증식했거나 부정 청탁 등을 저지른 경우, 2003년 이후 음주운전이 총 3회 이상 적발된 경우, 미투나 성희롱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경우 공천을 주지 않기로 했다.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 언행, 즉 막말로 물의를 빚은 사람도 부적격 대상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를 막말이라 볼 수 있는지 판단 기준이 모호한 만큼 “지도부 마음에 드는 사람만 솎아내는 구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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