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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절차 10년 만에... 원주ㆍ부평ㆍ동두천 미군기지 4곳 국민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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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절차 10년 만에... 원주ㆍ부평ㆍ동두천 미군기지 4곳 국민 품으로

입력
2019.12.12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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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오염 책임 추후 논의”… 美, 어느 나라서도 정화비 낸 적 없어

지역경제 피해ㆍ오염 악화에 先반환 결론… 정부 “방위비 협상은 무관”

정부가 원주, 부평, 동두천에 있는 4개의 미군기지를 반환받았다. 또 용산의 미군기지 반환을 위한 협의 절차도 개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용산 미군기지. 연합뉴스
정부가 원주, 부평, 동두천에 있는 4개의 미군기지를 반환받았다. 또 용산의 미군기지 반환을 위한 협의 절차도 개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용산 미군기지. 연합뉴스

환경오염 정화 비용 부담 공방으로 장기간 반환이 지연돼온 원주ㆍ부평ㆍ동두천 소재 주한미군 기지 4곳이 마침내 국민 품으로 돌아온다. 용산 미군기지를 돌려받기 위한 한미 간 협의도 본격 개시된다.

정부는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제200차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를 개최해 미국과 이런 내용에 합의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에 반환되는 기지는 강원 원주시 ‘캠프 이글’과 ‘캠프 롱’, 인천 부평구 ‘캠프 마켓’, 경기 동두천시 ‘캠프 호비 쉐아사격장’ 등 4곳이다. 당초 이들 기지는 2009년 3월~2011년 10월 사이 반환 절차가 시작돼 폐쇄 및 평택기지 이전은 완료됐다. 하지만 기지 내 유류와 중금속 등에 따른 토양과 지하수 오염 정화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를 두고 한미가 팽팽하게 맞서며 실제 반환이 계속 지연돼왔다. 그러다 약 10년 만에 기지를 돌려받게 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반환 지연으로 오염이 계속 확산되고 개발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며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제적ㆍ사회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선 반환→후 오염 책임 관련 논의’ 쪽으로 한미가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미 양측은 ‘용산기지의 반환 절차 개시’에도 합의했다. 지난해 6월 주한미군사령부가 평택으로 이전했고, 올해 6월 용산기지에 남아있던 한미연합사 본부의 평택 이전 계획도 확정된 만큼 반환 절차를 개시해도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2005년 용산공원 조성계획이 발표된 지 14년 만이다. 용산기지는 1882년 임오군란 때 청나라 군대가 주둔하기 시작한 이후, 일본군을 거쳐 미군까지 외국 군대가 줄곧 상주해온 곳이다. 다만 ‘반환계획 수립→환경조사 및 협의→오염정화’ 등을 거쳐야 해 실제 반환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임찬우 국무조정실 주한미군기지 이전지원단장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주한미군 기지 반환' 관련 관계 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임찬우 국무조정실 주한미군기지 이전지원단장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주한미군 기지 반환' 관련 관계 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부가 수년째 공전하던 주한미군 기지 반환 문제에 물꼬를 튼 전략은 ‘조건부 반환’ 카드였다. 해당 지자체의 고통 경감을 위해 우선 반환을 완료하고 오염 문제는 추가로 푸는 식이다. 예를 들어 원주시는 2016년 캠프 롱의 반환대금 665억원을 완납했지만, 반환이 지연되며 문화 체육공원을 조성하는 계획이 차질을 빚어왔다. 또 2017년 기준 부지 내 아연 검출량이 5년 전보다 3배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는 등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문제도 있었다.

이에 일단 정부가 이들 기지 4곳의 정화비용(1,100억원)을 부담하되, 계속 미국과 오염 책임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정화 작업(통상 2년)이 완료되면 기지는 지자체로 넘어가거나, 한국군 시설로 활용될 예정이다.

[저작권 한국일보]미군기지 4곳 반환 합의. 김문중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미군기지 4곳 반환 합의. 김문중 기자

다만 향후 협의 과정에서 미국으로부터 정화 비용을 받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SOFA 협정 4조 ‘환경에 관한 사항을 규율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대목을 근거로 기지 반환 시 원상복구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미국은 자국 법률상 ‘인간 건강에 대한 공지의 급박한 실질적인 위험(KISE)’ 원칙에 해당하는 기지 오염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실제 미국은 그 동안 전세계 미군기지를 반환하며 한 번도 정화 비용을 내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주한미군이 그 기지에서 계속 살아왔기에 ‘급박한 위험은 없다’는 게 미국 측 입장이고, 70년 인생 전체로 보면 영향이 있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며 “입장 차가 좁혀진 부분은 없어 협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외교적 카드로 주한미군 기지 반환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8월 말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라 평택기지 등으로 이전 완료 및 이전 예정인 26개 미군기지에 대한 조기 반환을 적극 추진키로 결정했다. 2003년 한미 정상 합의 이후 줄곧 난항을 겪던 해묵은 기지 이전 숙제를 이례적으로 NSC에서 논의하고 그 내용을 공개한 것이다. 당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미국으로부터 전방위 압박을 받던 청와대가 ‘미국 달래기용’ 카드를 꺼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또 거액의 환경오염 복구 비용을 강조하며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인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기지 4곳 조기 반환은) 방위비분담금 협상과는 무관하게 결정됐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22개 미군기지는 반환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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