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 지도부ㆍ예결위 주요 인사들 200억대 증액 확보
김재원 위원장 “나도 몰랐다”면서 100억 이상 증액
여야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를 놓고 정면 충돌했지만, 이른바 ‘실세’들은 여야를 불문하고 지역구 예산의 ‘실속’을 챙겼다. 국회 교섭단체 3당 지도부와 국회 예산결산특위 주요 인사들이 확보한 증액 규모가 약 2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11일 집계됐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세종시 지역교통안전환경개선사업 예산은 정부가 제출안 예산안 원안(9억5,000만원)보다 5억 1,200만원(53.9%) 증액됐다. 예결위 민주당 간사이면서 ‘4+1’ 협의체의 비공개 예산안 협상에 참여한 전해철(경기 안산상록갑) 의원은 신안산선 복선전철사업 예산으로 50억원을 추가 확보하는 등 52억원을 증액했다.
한국당은 ‘4+1’ 협의체(민주당ㆍ바른미래당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가칭 대안신당)의 예산안 기습 처리를“예산 날치기”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한국당 인사들도 제 몫을 적잖이 챙겼다. 국회 예결위원장이자 한국당 정책위의장으로서 ‘4+1’의 예산안 처리를 앞장서 저지한 김재원(경북 상주ㆍ군위ㆍ의성ㆍ청송) 의원은 10일 “도대체 어느 항목을 어떻게 깎고 추가했는지, 예결위원장인 저도 모르는 예산을 만들어 (4+1이) 몽땅 나눠 가졌다”고 성토했다. 김 의원은 그러나 100억이 넘는 지역구 예산을 증액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의성 불법 폐기물처리 행정대집행’예산을 정부안(221억원)보다 48억원 더 늘렸고,‘구미-군위IC’(20억원) ‘군위-의성’(10억원) ‘삼자현터널’(10억원) 등을 포함해 지역구를 지나가는 국도 건설예산으로 40억원을 추가했다. ‘상주ㆍ청송 LPG 저장탱크 보급’ 예산도 3억원 증액했고, 3억~6억원짜리 신설 예산도 4건 이상 확보했다. ‘예결위원장의 힘’을 제대로 보여 준 셈이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경기 안양 동안을엔 안양천 노후 블록교체 사업 10억원이 증액됐다. 예결위 한국당 간사인 이종배(충북 충주) 의원도 충주박물관 건립ㆍ석종사 개보수ㆍ두무소 생태탐방로 조성사업 등에 총 5억여원을 더 따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예산 심사 투명성 향상 노력도 없는 데다, 전문성도 없어 정부 원안 1%도 날카롭게 깎을 역량도 없는 의원들이 그저 자기 지역구 예산 증액 만족에 그친 게 국회의 현주소”라고 꼬집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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