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보완조치 1월부터 시행”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도 확대
노동계 “순조로운 진행 더디게 해 ”헌법소원ㆍ행정소송 등 추진키로
정부가 내년 1월부터 주52시간제 시행에 들어가는 중소기업(종사자 50인 이상 299인 이하)에 대해 1년의 계도기간을 부여한다. 근로시간 관련 근로감독을 하지 않고 위반 사업자에 대한 처벌도 유예해 사실상 주52시간제 시행이 미뤄지는 셈이다. 근로자 동의를 받으면 주52시간 넘게 일할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에는 업무량 폭증과 같은 사례까지 포함시키기로 하면서, 근로시간 단축정책이 후퇴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정기국회가 전날 종료되면서 보완입법(탄력근로제) 가능성이 불투명해져 정부가 행정적으로 취할 수 있는 잠정적 보완조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주52시간제 보완입법으로 탄력근로제(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최대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이날 발표한 대책은 지난달 18일 고용부가 예고한 대로 계도기간 부여와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 확대를 중심으로 구체화됐다.
우선 50인 이상 299인 이하 사업장은 1년간 장시간근로감독 대상에서 제외되는 계도기간을 부여 받는다. 계도기간에 노동자 진정 등으로 규정 위반이 확인돼도 충분한 시정기간(3개월씩 최대 2회)을 부여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해 7월 주52시간제가 도입된 300인 이상 기업에도 두 차례에 걸쳐 총 9개월의 계도기간을 운영했다.
노동계가 크게 반발한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도 계획대로 추진한다. 특별연장근로(근로기준법 제53조제4항)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고용부 장관의 인가와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 주52시간제가 허용하는 연장근로시간(주12시간)을 넘길 수 있게 한 제도다. 현행 시행규칙상 ‘재해ㆍ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 수습을 위한 경우’에만 인가 받을 수 있는데 이를 △원청의 갑작스러운 주문에 따른 촉박한 납기일 △대량 리콜사태 △마감이 임박한 회계처리업무 △응급환자 구조ㆍ치료 △갑작스러운 기계고장 등까지 확대한다. 내년 1월 중 시행규칙을 개정해 시행할 방침이다.
이번 대책 중 특히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 확대는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을 포함한 모든 사업자에 해당해 ‘주52시간제 취지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오남용 우려도 크다.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응급 연장근로라고 부를 정도로 긴박한 경우로 제한을 두는 제도”라며 “갑작스러운 업무량 증가를 판단할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책에 따르면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의 대폭적 증가로 단시간 내 해결하지 않으면 사업에 중대한 손해가 생기는 경우’도 인가 사유에 포함된다. 노조 조직률이 낮은 중소기업에서 근로자 동의 과정이 요식행위가 될 가능성도 큰 데다, 근로자 건강권 침해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이재갑 장관은 이와 관련 “건강권 보호조치를 신청 서식에 포함하도록 하고 적절한 조치를 지도하겠다”고 답했지만, 사업주 이행을 강제할 법적 권한은 없다.
양대 노총은 이날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발표를 ‘노동시간 단축 포기 선언’으로 규정했다. 한국노총은 “순조롭게 노동시간 단축을 진행 중인 중소기업들도 있는데 (이번 보완대책 발표로)잘못된 신호를 보내 노동시간 단축의 현장 안착을 더디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특별연장근로 시행규칙 개정과 관련 헌법소원과 행정소송 등도 준비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노동기본권을 위한 법은 유예하면서 장시간 노동을 위해서는 법에도 없는 조치를 강행했다”며 “반(反)노동ㆍ반헌법 발상을 실행에 옮긴 이재갑 장관은 퇴진하라”고 촉구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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