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심재철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세금도둑 민주당, 예산날치기 문희상"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정부 예산이 자유한국당의 극한 반발 속에 512조3,000억원으로 확정됐다. 올해 (본예산 기준)보다 9.1% (42조7,000억원) 늘어난 규모로, 2년 연속 9%대 인상이다. 불황 장기화에 대응하기 위한 확장적 재정 정책의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여야의 격렬한 대립으로 졸속 예산심사가 반복돼 국민 혈세가 꼭 필요한 곳에 정확히 배정됐는지 의구심이 클 수밖에 없다.

내년 예산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안보다 1조2,000억원 감소했다. 정부안 대비 9조1,000억원이 감액되는 대신, 정부안 제출 이후 ‘현안 대응 소요’ 등을 이유로 7조9,000억원이 증액됐다. 여기에는 ‘민식이법’ 같은 민생 법안이나 세계무역기구(WTO) 개도국 지위 포기 관련 예산 등이 들어가 있지만, 상당액이 협상 과정에서 포함시킨 여야 실세들의 지역구 챙기기용 ‘쪽지’ ‘짬짬이’ 예산이다.

그 여파로 내년에는 복지 관련 예산이 약 1조원 줄고, 지역별 선심 사업에 필요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9,000억원, 농림ᆞ수산ᆞ식품 예산이 5,000억원 증액된 ‘총선용 예산’이 되고 말았다. 꼭 필요한 복지 관련 예산이 찔끔 인상되는 바람에 어린이집 급식ㆍ간식비 최저 기준이 올해 1,745원에서 1,900원으로 오르는 것에 그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한 대표 사례다.

예산안 통과 후 한국당 의원들은 “날치기 세금 도둑”이라며 항의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기 과시성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는 여야 모두 한통속이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역구인 세종시의 교통안전 환경개선사업 예산은 정부안보다 5억1,200만원, 정동영 평화당 대표 지역구의 지역 사업 예산은 당초보다 30억원 늘어났다. 예결위원장인 김재원 한국당 의원의 지역구 관련 예산은 무려 100억원 이상 증가했고, 예결위 한국당 간사인 이종배 의원 지역구의 민원성 예산도 5억원 이상 증액됐다.

정부의 나랏돈 씀씀이를 견제해야 할 의원들이 자기 표밭 챙기기에만 몰두하는 구태가 더는 반복되지 않도록 시민 감시 활동이 활발해져야 한다. 눈앞의 도로 건설이 좋아 보이겠지만 비효율적인 선심성 예산 증액은 국민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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