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전주 KCC 이정현(32)은 어느 해보다 값진 2019년을 보냈다.
지난 3월 2011년 프로 데뷔 후 8년 만에 처음으로 2018~19시즌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았고, 국가대표 간판 슈터로 9월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에서 25년 만에 한국 농구의 승리를 만끽했다.
2019~20시즌인 10월엔 추승균 전 KCC 감독의 384경기 연속 출전 기록을 넘어 프로농구 새 역사를 썼다. 올 한해 마지막 달인 12월엔 동료 선수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에 선정되며 2019년 피날레를 장식했다.
11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19 동아스포츠대상에서 동료들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아 남자프로농구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이정현은 시상식을 마친 뒤 “개인적으로 만족할 만한 한 해를 보냈다”면서 “처음 MVP도 받고, 월드컵에서 1승도 하고, 마지막 12월에 큰 상도 받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스스로에게 준 점수는 100점 만점에 80점이었다. 이정현은 “세계 농구의 벽이 높다는 것을 여실히 느꼈지만 1승을 했고, 한국 농구가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경쟁력을 보여줬다”며 “연속 경기 출전 기록은 선수로서 몸 관리를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게 당연하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부족한 20점에 대해선 “팀 성적이 기대했던 것보다 못 미쳐 아쉽다”며 “이것만 좋다면 언제든 100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정현이 유일하게 만족 못했던 팀 성적은 이번 시즌에 만회할 기회를 잡았다. KCC는 개막 전까지 약체 평가를 받았지만 지난달 울산 현대모비스와 트레이드로 이대성, 라건아를 영입했다. 단숨에 국가대표 라인업을 구축한 KCC는 우승 후보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선수들간 손발이 맞지 않아 트레이드 후 5경기에서 1승4패로 부진했다. 그나마 지난 주말인 7~8일 원주 DB, 인천 전자랜드와 2연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안도했다. 특히 전자랜드전에선 21점차로 끌려가던 경기를 뒤집어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
이정현은 “이름값 있는 선수들이 많으니까 주위에서 기대가 큰 건 당연하다”며 “부담감을 이겨낼 생각보다는 시즌을 치르다 보면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선수들끼리 서로를 알아가는데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4~5라운드 정도엔 안정감 있고 조직적인 농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시즌 동안 전창진 감독의 집중 지도를 받았던 포인트가드 유현준이 최근 부상을 털고 돌아온 것도 큰 힘이 된다”며 “현준이가 1번(포인트가드), 대성이가 2번(슈팅가드), 내가 3번(스몰포워드)을 보면 3번 자리에서 신장이 열세인 단점도 있지만 그만큼 우리가 빠른 농구를 할 수 있어 상대 팀이 버거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생각보다 좋은 한 해가 됐고, 좋은 상도 받았다”며 “그 만큼 더욱 책임감을 갖고 모범적인 선수가 돼야겠다”고 다짐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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