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만나다]곽윤기 “스케이트에 푹 빠진 동민아… 놀 땐 놀아,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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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만나다]곽윤기 “스케이트에 푹 빠진 동민아… 놀 땐 놀아, 나처럼!”

입력
2019.12.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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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쇼트트랙 베테랑 곽윤기와 유망주 이동민 

 ※ 어린 운동 선수들은 꿈을 먹고 자랍니다. 박찬호, 박세리, 김연아를 보고 자란 선수들이 있어 한국 스포츠는 크게 성장했습니다. 지금도 누군가는 여전히 스타의 발자취를 따라 걷습니다. <한국일보>는 어린 선수들이 자신의 롤모델인 스타를 직접 만나 궁금한 것을 묻고 함께 희망을 키워가는 시리즈를 격주 목요일 연재합니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 베테랑 곽윤기(오른쪽)가 9일 경기 고양시 어울림누리 얼음마루 내 선수대기실에서 유망주 이동민에게 조언하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딴 뒤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즈 곡 ‘아브라카다브라(Abracadabra)’ 대표안무 ‘시건방 춤’을 춰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한국 쇼트트랙 간판 곽윤기(30ㆍ고양시청)는 요즘 다시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다른 종목보다 선수생명이 비교적 짧은 쇼트트랙 무대에서 30세를 넘겨 활약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니지만, 그는 아직도 다음 올림픽 무대를 바라보며 얼음을 지치고 있다.

9일 훈련장인 고양 어울림누리 얼음마루에서 만난 곽윤기는 현역으로서 장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어릴 때 많이 놀아서 아직 팔팔한 것 같다”며 웃었다. 스스로를 ‘고인 물’이자 ‘화석’이라고 칭하면서도 “난 아프면 무조건 (훈련)스톱이었다”며 “아프면 아프다고, 운동 하기 싫을 땐 하기 싫다고 얘기해가며 속을 썩인 게 나름대로의 장수 비결 아닌가 싶다”고 했다.

웃자고 괜히 한 얘기는 아니다. 같은 훈련장을 쓰는 쇼트트랙 유망주 이동민(13ㆍ홍익중1)이 지난해 얻은 부상으로 1년 가까이 고생하는 걸 먼 발치서 지켜보면서 알아듣기 쉽게, 가슴에 와 닿도록 해 준 애정 어린 조언이다. 이날 곽윤기와 마주한 이동민은 7살 때 취미로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동년배 선수들 가운데서는 정상급 기량을 가졌지만, 부상 뒤엔 성적보다 재활에 전념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 베테랑 곽윤기(왼쪽)가 9일 경기 고양시 어울림누리 얼음마루 내 아이스링크에서 유망주 이동민과 활짝 웃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중학교 1학년생임에도 키가 167㎝까지 자란 이동민은 굳이 자신의 정확한 키를 밝히고 싶지 않다는 곽윤기의 부러움을 사고 있지만, 지난해 말 오른쪽 무릎의 슬개골을 다친 뒤 쉽게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동민은 “부상 뒤 (곽)윤기형에게 ‘왼발 활용 법’을 배웠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사용하기 힘든 오른쪽 무릎 부담을 덜어주면서 왼발로 빙판을 잘 밀어내는 방법을 배웠는데, 부상회복과 실력향상에 도움이 됐다는 얘기다.

곽윤기 표현을 빌리자면, 지난해까지 전국대회에 나갔다 하면 입상했던 이동민은 ‘엄근진(엄숙ㆍ근엄ㆍ진지) 후배’다. 곽윤기는 “동민이 훈련하는 걸 보면 나 어릴 적과는 너무 다르다”며 “나는 어떻게 하면 쉴 수 있을까, 꾀부릴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동민이는 정말 스케이트를 사랑하고 궁금한 게 있으면 서슴없이 선배들을 찾아 조언을 얻는다”고 했다.

곽윤기로부터 “본받아야 할 후배”라는 칭찬을 듣자 이동민은 손사래 치며 “형이 이룬 국제대회 성과들을 내가 따라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했다. 이동민은 스케이트를 시작한 뒤 처음 겪은 부상을 두고 “선수라면 당연히 아픈 건 줄 알았다”며 “몸 관리도 능력이란 걸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 얘기에 곽윤기는 “큰 부상 없이 선수생활을 오랫동안 지속해 온 비결은 ‘아플 때는 참지 않고 충분한 휴식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나처럼 훈련 때는 집중해서 하고, 쉴 땐 쉬어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세계최강’ 한국 쇼트트랙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는 이동민에게 냉철한 조언도 곁들였다. 곽윤기는 “사실 지금까지 동민이 또래에서 두각을 보인 선수들은 워낙 많았다”며 “진짜 중요한 시기는 지금부터고, 지금 실력에 안주하지 않고 20대까지 최고의 실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선수생활 멀리 보고 차근히 이뤄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 베테랑 곽윤기(오른쪽)가 9일 경기 고양시 어울림누리 얼음마루 내 선수대기실에서 유망주 이동민에게 조언하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적당한 취미생활을 가지고 사는 것도 추천했다. 곽윤기는 “난 (쇼트트랙 외에)다른 종목 가운데 안 해본 운동이 없을 정도”라며 “요즘은 취미로 유튜브 활동을 하는데 활력이 되고 있다”고 했다. “되레 팬들이 ‘운동 소홀히 하는 게 아니냐’며 걱정 해 주긴 하지만 ‘선’을 지켜가며 하면 문제될 건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동민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어떤 취미를 가질지는 고민을 좀 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새해를 앞둔 시점에 둘은 덕담을 나눴다. 곽윤기는 이동민에게 “내년에 내가 이루지 못한 꿈 ‘키 170㎝ 돌파’를 이뤘으면 좋겠다”며 “부상도 빨리 회복해서 머지 않아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이 됐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동민은 “형이 내년 4월 있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꼭 통과하고,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까지 태극마크를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응원하면서 “유튜브 채널 구독자 100만 돌파도 이루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밤낮으로 뒷바라지 해주시는 엄마께 언젠간 꼭 올림픽 금메달을 걸어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고양=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이주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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