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마 원혜영 “선거 때만 되면 나오는 무책임한 물갈이론 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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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출마 원혜영 “선거 때만 되면 나오는 무책임한 물갈이론 깨야”

입력
2019.12.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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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단독 인터뷰]

“부끄럽지 않은 정치 하겠다는 아버지와의 약속, 대체로 지켜

내 불출마, 물갈이론 활용 않기를… 한국당 필리버스터 국회 파괴”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 불출마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뭐든 ‘내가 안 하면 안 된다’는 건 지나친 생각이다. 이렇게 적절한 시점에 마무리 할 수 있는 것도 복이다.”

약 30년의 정치 인생 마무리를 앞둔 원혜영(68)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표정은 담담했다. 원 의원은 11일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그는 “나름대로 열심히 충분히 했으니 이제 쉴 때가 됐다는 차원”으로 불출마 결정을 읽어달라고 했다. 그렇다고 홀가분하기만 한 기색은 아니었다.

원 의원은 “너무 영광되고 보람된 시간들이었다”면서도 불출마 발표를 앞두고 두 가지가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20대 국회가 파행을 거듭해 온 것과 이번 불출마 선언이 지나친 공천 물갈이론을 부추겨선 안 된다는 걱정이다.

원 의원과 마주한 10일 늦은 오후, 여야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를 위한 수 싸움으로 한창 분주했다. 국회 본회의 개의 자체가 불투명했다. 떠나는 원 의원의 고민이 깊어지는 듯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국회 상황이 말이 아니다.

“안타깝다. 20대 국회 정기국회 마지막 날이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도 통과시키고, 현안 처리도 다 하고, 대단원의 막을 내려야 할 날이다. 저로선 정치 활동의 마지막 국회인데 이런 상황이 돼 파행하니 안타깝다. 함께 유종의 미를 거둬야 저도 ‘뜻 있게 정치활동을 마무리하게 돼 기쁘다’고 이야기를 할 텐데, 그런 이야기를 하기 좀 어려운 상황이 됐다.”

-큰 결심을 하시게 된 배경은.

“1991년 봄에 처음 국회에 등원했다. 내년 5월 말 20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면 29년 간 정치를 한 셈이 된다. 모든 세상 일이 시작할 때가 있고 마무리할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래 전부터, 특히 20대 총선을 준비하면서부터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내년엔 70세를 맞는다. 제 2의 인생을 시작할 좋은 시기가 아닌가 싶었다.”

-21대 국회 국회의장을 맡아 개헌 등 큰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고맙고 영광스러운 말씀이다. 하지만 꼭 어떤 일을 하기 위해, 어떤 자리를 하기 위해 정치를 더하겠다는 게 삶을 살아가는 좋은 방식은 아니라 생각한다. 개헌은 물론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저만의 과제는 아니다. 우리 시대의 과제다. 중요한 일이 있다고 해서 너무 그것을 자신의 개인 과업으로 설정하다 보면 무리가 따른다. ‘내가 안 하면 안 된다’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것 같다. 무엇을 더 할 수 있느냐를 생각하기 보다, 그간 열심히 했으니 적절한 시점에 이렇게 마무리를 할 수 있는 것도 제 복이라고 생각한다.”

원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벽면에는 선친과 함께한 사진이 크게 걸려있다. 그의 선친은 풀무원농장 창업자이자 빈곤 퇴치 운동의 선구자 원경선 선생이다. 배우한 기자

-정치를 시작할 때 아버님과의 대화가 유명한데(원 의원은 빈곤 운동가인 원경선 선생의 장남이다).

“제가 정치를 하겠다니까 아버님께서 두 가지를 물으셨다. 하나는 정치는 부패하기가 아주 쉬운데 재물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겠냐는 것. 둘째는 하나님 보시기에 올바르게 할 수 있겠냐는 것. 제가 말씀 드렸다. ‘재물에 욕심을 내려면 사업을 계속하지 왜 정치를 하겠습니까. 하나님 보시기에는 약속을 못 드리겠지만 일반적 사람의 기준으로는 바르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돌아보면, 아버님 걱정하실 일은 하지 않은 것 같다. 이런 상태로 정치를 마무리하는 것도 고마운 일이다.”

-정치 하면서 가장 보람된 일로 ‘국회선진화법’ 제정 참여를 꼽았는데.

“18대 국회에서 민주당(당시 야당) 원내대표를 할 때 선진화법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의 여러 법과 정책을 전면적으로 뒤집는 법안을 무더기로 처리하려고 강하게 밀어붙였다. 15일간 국회 본회의장을 평화적으로 점거해 일방적 법안 처리를 저지했다. 본회의장 문을 부수지 않고, 열고 들어갔다. 그때 생각했다. 전투에서는 이겼지만 국회를 언제까지 이렇게 전쟁터로 삼아야 하나. 그런 뼈저린 반성이 결사 저항했던 우리 야당 의원들에게도 있었고, 그걸 돌파하려 했던 여당 의원들에게도 있었다.”

-법안 만드는 작업이 쉽지 않았을 텐데.

“당시 의원총회에서 제가 제안했다. 더 이상 몸싸움이 없는 국회를 만들자. 그러기 위해 소수 세력이 얼마든지 말로 싸울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도입하자. 법안 처리도 단순 과반이 아닌 가중 다수결, 60% 이상의 결정으로 엄격하게 하자. 숙의와 토의가 가능하도록 충분한 과정을 두자. 그 결과물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제도)이고 필리버스터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니까. 우리당 김진표, 김성곤 의원과 민주적 국회 운영 모임을 구성했고, 당시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도 황우여, 김세연 의원을 중심으로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을 구성해 함께 고심했다.”

-어렵게 만든 패스트트랙과 필리버스터가 올해 자주 도마에 올랐다.

“정말 몸싸움 없는 국회, 대화와 타협의 국회를 만들자고 도입한 법이다. 동물국회는 면했지만 식물국회로 전락했다는 부정적 평가와 비난을 접할 때 당혹스럽고 안타까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렇다면 동물국회로 돌아갈 것이냐의 문제다. 후퇴할 것이 아니라 발전적으로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최근 제 대정부질의에서도 그 점을 강조했다.

국회는 국민을 대표해서 일을 하라고, 법안을 심사하고, 예산을 심사하고, 국정과제를 논의하라고 만들어졌다. 회의를 여느냐 마느냐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 이미 법에 규정된 회의 일정을 그대로 지키고, 법안의 내용을 놓고 싸우도록 해야 한다. 국회선진화법을 폐기할 게 아니라 ‘국회자동화법’을 도입해 발전적으로 바꿔야 한다.”

원 의원은 "더 이상 회의와 일정 자체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말고 국회자동화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배우한 기자

-국회자동화법의 구체적 방안은.

“일하는 국회를 만든다는 것이 기본 정신이다. 국회 운영 일정에 대해선 모든 의원과 정파가 이를 존중하도록 하는 거다. 본회의를 여니, 마니를 가지고 여야가 3개월간 다퉈야 하는 상황을 바꿔야 한다.

저로선 중요한 정치개혁의 과제로 삼아 온 세 가지가 개헌, 선거제도 개혁, 국회개혁이다. 개헌과 선거제 개혁은 거대 담론이고, 제 개인적 노력만으로 생각하긴 어려운 문제다. 국회선진화법의 산파역을 자임하는 제 입장에서 보면, 조금만 상식적으로, 국민을 의식하며 판단하고 행동하면 국회자동화법을 쉽게 도입할 수 있다. 회의 여는 문제를 정치적 무기로, 협상의 재료로 쓰는 것은 정말 국민 앞에 부끄러운 일이고 상식에도 안 맞는 일이다.”

-자유한국당은 법안 등 199건에 대해 무더기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정말 안타깝다. 필리버스터는 반대하는 안건에 대해서 소수세력도 충분히 국민에게 입장을 알릴 기회를 주자, 법안 처리를 늦출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그런데 상정된 모든 법안에 대해서 필리버스터를 건다는 것은 법의 취지를 완전히 부정하는 일이다. 국회를 파괴하는 일이다. 법을 국회를 정체시키는 수단으로만 쓴 것이다. 동네 소화전을 끌어다 자기 집 앞마당을 청소하는 셈이다. 강남의 귤이 강북에 가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어울리는 상황이다. 이렇게 기본 취지에 어긋나게 법을 활용하는 풍토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

-여야 관계가 왜 이렇게까지 나빠졌나.

“20대 국회의 특수한 환경이 크지 않나 싶다. 앞선 집권세력이 국민의 뜻에 의해 탄핵됐고, 탄핵 된 세력이나 탄핵에 승복하지 않는 세력은 새로운 집권세력을 정서적으로 인정하거나 용납하기 어려워 한다. 그래서 더 과도하고, 지나치고, 분별없이 대립하는 행태가 반복되는 게 아닌가 싶다.”

-올해 4월 패스트트랙 충돌로 야당 의원 다수가 검찰 수사 대상이 됐다.

“국회선진화법을 정면으로 유린한 4월 사태는 명백한 범법 행위다. 선진화법을 만들 때, 과연 그런 법을 지킬 수 있겠냐는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의 요구에 따라 감히 법을 어길 생각을 못하게 할 강한 처벌 규정을 넣은 거다. (국회 폭력에 대해) 5년, 7년 형을 도입하는 건 실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을 정도의 강한 처벌이다. 그런데도 의원들이 법을 정면으로 어겨버리니 정말 방법이 없다. 다만 정치적 해법을 조금이라도 모색한다면, 또는 국회자동화법의 도입으로 관련 법을 발전적으로 개정을 할 수 있다면, 이전에 발생했던 상황에 대한 배려는 부분적으로 가능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원 의원은 "중요한 정치개혁의 과제로 삼아 온 세 가지가 개헌, 선거제도 개혁, 국회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배우한 기자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이 총선 게임의 룰인 공직선거법 개정안이라서 더 갈등이 커진 듯도 하다.

“선거법 개정은 꼭 필요하다. 국민의 한 표 한 표가 다 소중하고 똑같은 가치가 있어야 하는데, 승자 독식의 소선거구제나 비례대표제가 극히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지금 상태에서는 보통 40%이상의 표가 사표가 된다. 표의 등가성을 존중해 주고 다양한 정치세력, 특히 소수자를 대변하는 정치세력이 국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국회가 보다 포용적인 기반을 갖게 된다.

물론 헌법도 개정해 소위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력 구조를 민주적 협치가 가능한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 선거제 개혁과 개헌이 서로 자연스럽게 연관되고 선순환 구조를 가질 수 있다고 본다.”

-18대 국회에선 민주당의 처지가 어려웠는데, 지금은 강한 여당이라는 평을 듣는다.

“당내에는 참여정부 때의 트라우마가 있다. 당시 우리 내부에서의 분열과 갈등이 아주 적대적으로까지 갔다. 견해 차가 있더라도 상대방의 선의를 존중하고 같이 가는 동지라는 애정에 기반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정권과 여당이 분열하고 지리멸렬했다. 그런 안타까움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지금은 커진 것 같다. 여당이 여당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건강한 비판과 대안을 활기 있게 끌어내는 것, 또 열린 여론의 장을 만들어내는 일이 중요하다.”

-패스트트랙 사태나 소위 ‘조국 사태’ 이후 당내 초선들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안타깝고 선배로서 미안했다. 우리가 지금 정치를 왜 하는가,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수 밖에 없다. 정치가 처음부터 그렇게 쉽고 좋은 쪽으로 풀렸으면 얼마나 좋았겠나. 아니라는 것을 잘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를 하는 이유는, 사회를 바꿔나가는데 꼭 필요하고 중심적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려움을 예측하고 받아들일 자세를 가지고 정치를 해 왔다. 시련과 좌절에 부딪혔다고 해서 정치를 포기할 일을 아니다.

플라톤의 말처럼 정치를 외면하는 대가는 나쁜 지배와 통치를 수용해야 하는 현실이다. 막스 베버의 소명으로서의 정치론이 강조하듯, 정치는 열정과 균형적 판단 둘 다를 가지고 단단한 널빤지에 강하게, 또 서서히 구멍을 뚫는 작업이다. 열정만 가지고 되는 것도 아니고, 열정이 없는 균형적 판단만으로도 안 된다.

정치는 더 강한 의지와 열정을 가지고 균형감각을 가지고 풀어나갈 수 밖에 없다. 그런 말을 후배 의원들에게 해주고 싶다. “

-힘들어도 더 노력해야 한다는 말씀인가.

“그렇다. 우리가 정치를 외면하면 악한 정치가 우리를 지배하게 된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원리다. 소명 의식이 있는 정치인과 세력이 더 단단히 각오를 다지는 수 밖에 없다. 정치가 부족한 것, 국민을 실망시키는 것에 대해선 뼈를 깎는 반성을 하고 실천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면서, 결국 정치를 통해 그런 어려움을 극복해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후배 의원들이 가져줬으면 좋겠다.”

원 의원은 초선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에 “마음이 아팠다”면서도 “우리는 왜 정치를 하는가를 다시 생각하는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배우한 기자

-초선이든 중진이든 불출마 선언을 하면 ‘공천 물갈이론’이 자동적으로 뒤따른다.

“물갈이론을 깨야 우리 정치에 희망이 있다고 본다. 저나 백재현 의원 같은 경우는 그야말로 ‘나름대로 열심히 충분히 했으니 이제 쉴 때가 됐다’는 차원이다. 그 자체로 봐주시면 좋겠다. ‘남들은 왜 안 하냐’하는 식으로 물갈이론으로 활용되지 않았으면 한다. 어디에서든 노장청(노년·장년·청년)의 조화는 중요하고, 국회야말로 이 노장청의 조화와 균형이 작동해야 하는 곳이다.”

-물갈이론은 어떤 고민으로 대체돼야 하나.

“우리처럼 단 한번도 예외 없이 선거 때마다 국회의원이 기본 40~50% 바뀌는 의회는 세계적으로 없다. 국민들이 왜 물갈이를 원하나. 국회가 개혁되고 발전하고 성과를 내는데 기여하는 모습을 별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제도 단임제의 한계를 말하는데, 의원도 국회에 잠깐 들어왔다가 휩쓸려 나가고 하기 때문에 지속성, 책임성이 결여된다. 국민들은 정치인들보다 훨씬 현명하고 날카로워서 선거에서 충분히 예상을 많이 뒤집고 훨씬 강하게 물갈이를 직접 하신다. 정당이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대신 선거 때만 되면 대폭 물갈이를 통해서 국민의 기대를 모아보겠다는 것은 무책임하고 가벼운 대처 방안이다. 국회가 제대로 일하는 것을 국민들이 보시면 물갈이론도 안 나오고 국회 무용론도 안 나온다.”

원 의원은 “물갈이론에 반응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국회가 제대로 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우한 기자

-날카로운 민심이 내년 총선에 어떻게 발휘될까.

“일반적으로는 총선은 집권세력에 대한 중간평가다. 경제가 어렵고 하기 때문에 여당에게 불리하지 않겠냐 하는 견해도 있다. 다만 내년은 시대적 의미가 있는 총선이다. 촛불 혁명의 완수라는 시대적 국민적 과제를 국민들이 어떻게 해석하고 투표 행위로 연계할 건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 촛불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촛불혁명 과정에서 탄생된 정부와 여당이 책임 있게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인식이 주된 민심이 되지 않겠나. 내년 총선까지는 촛불혁명의 완수 위해 어떤 정치적 선택 필요할까 하는 고민이 집권세력 심판이나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보다는 앞설 거라고 본다.”

-촛불 정부의 성공을 위한 제언이 있다면.

“여러 위기나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현 정부가 꾸준한 지지를 받는 것은 남북관계, 북미관계 등 중요한 문제를 잘 풀어내기 위해 성심 성의껏, 진지하게, 겸손하게 노력한다는 점이다. 국민들로 하여금 큰 믿음과 애정 주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국내 문제에 있어서도 그런 포용적인 노력을 경주해 나가고 늘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늘 믿는다.”

원 의원은 “1,000만 은퇴자가 뜻있고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했다. 배우한 기자

-30여년의 정치 인생을 돌아보신다면.

“단순하고 크게 정리하면, 깨끗한 정치, 몸싸움 없는 정치, 일하는 정치의 구현을 화두로 삼았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과거에 비해 깨끗한 정치는 많이 정착이 됐다고 본다. 몸싸움 없는 정치는 제도화된 것 같다. 궁극적으로는 이런 것만 가지고는 국민들이 평가해주지 않는다. 일하는 정치까지 가야 한다. 국민을 위해 성과를 내고 그 성과가 체감되는 정치가 돼야 한다.”

-꿈꾸는 인생 이모작의 내용은 무엇인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제일 열심히 한 의정활동 중 하나가 연명의료에 대한 자기 결정권 보장이다. 연명의료결정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고 2년 간 준비를 거쳐 30만명 이상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의향서를 쓰게 됐다. 2025년에는 한국에 1,000만 노인 시대가 온다. 인구의 20%가 노인인 초고령사회다. 1,000만 은퇴자가 남은 삶의 의미를 확인하고 뜻있고 건강하게 생활하는 것은 사회적 가치와 품격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하다. 자원봉사 차원에서 웰다잉 문화 확산 운동을 하고자 한다.

우리에게 은퇴 이후의 삶은 생각해보지 않은 무언가다. 개인에게도 그렇고 국가에게도 그렇다. 건강한 은퇴 이후를 위해선 준비가 많이 필요한데, 국가 시스템도 무관심하고 생활 문화도 전혀 뿌리 내리지 못했다. 준비되지 않은 채 닥쳐 올 미래인 1,000만 은퇴 시대를 앞두고 좋은 모델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이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확보하는데 중요하다. 내가 작은 힘을 보탰으면 한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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