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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모시고 갔다가 제가 반했어요” U2 ‘2030여성’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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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모시고 갔다가 제가 반했어요” U2 ‘2030여성’ 사로잡았다

입력
2019.12.11 15:12
수정
2019.12.11 19: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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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U2 내한공연에서 설리를 비롯해 정경화 바이올리니스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의 사진 등이 대형 스크린에 나오고 있다. 강진구 기자
지난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U2 내한공연에서 설리를 비롯해 정경화 바이올리니스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의 사진 등이 대형 스크린에 나오고 있다. 강진구 기자

“잘 모르기도 했고, 사실 큰 기대도 없었는데, 지금까지 봤던 모든 무대 중 가장 황홀했어요. 지금 다시 U2 음악을 찾아 듣고 있고요. 공연이 한 번 더 열린다면 꼭 다시 한번 가보고 싶어요.”

회사원 박윤지(26)씨는 “아직도 U2 공연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난 8일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U2의 ‘더 조슈아 트리 투어 2019’ 공연장을 찾았다. 박씨는 U2에 대해 잘 몰랐다. U2의 오랜 팬이었던 아버지를 위해 표를 사서 공연장까지 모시고 갔다. 막상 공연이 끝나자 “아버지보다 내가 더 U2 공연에 반했다”고 말했다.

U2 내한공연의 여운이 짙다. 특히 박씨처럼 U2에 친숙하지 않았던 2030여성들의 반응이 뜨겁다. 이들을 열광하게 한 곡은 ‘울트라 바이올렛’이었다. 1991년 발표한 7집 수록곡이다. 보컬리스트이자 리더인 보노가 구약성경 욥기를 바탕으로 만든 곡이다.

무대 연출이 압권이었다. 무대 뒤 대형 화면에 역사를 뜻하는 단어 ‘History’가 나타나더니 이내 여성의 역사를 의미하는 ‘Herstory’로 바뀌었다. 곧이어 ‘여성 1호 변호사’ 이태영(1914~1998), ‘여성 1호 서양화가’ 나혜석(1896~1948)의 얼굴에다 미투의 주인공 검사 서지현,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에 이어 얼마 전 숨진 가수 설리 얼굴까지 나왔다. 마무리는 한국어로 된 문장, “우리 모두가 평등해질 때까지는 우리 중 누구도 평등하지 않다”였다.

이런 인물 구성은 순전히 U2의 자체적 아이디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내한공연을 주최한 MBC와 라이브네이션 코리아조차 공연 전까지 어떤 화면이 준비됐는지 몰랐다.

여성인권에 대한 U2의 메시지는 보노가 설립한 민간기구 원(ONE)과도 관련이 깊다. 빈곤과 질병 종식을 위해 설립된 이 단체는, 최근 들어 성차별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U2 내한공연을 준비한 남태정 MBC PD는 “공연 전 민간기구 ‘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한국 관련 설문조사를 했다는 것까진 알았지만, 진짜 나혜석 같은 인물들을 등장시킬 줄은 몰랐다”며 “사회 문제의 해결을 평등과 정의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U2의 뜻이 녹아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 현장 열기도 뜨거웠다. 설리 얼굴이 화면에 나타나자 눈물 흘리는 관객들도 있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열기는 이어졌다. 공연 뒤 2030세대는 ‘U2’와 ‘울트라 바이올렛’을 ‘폭풍검색’했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울트라 바이올렛’ 노래에 대한 해석이 나돌았다. 네이버 데이터랩 자료에 따르면 8일 공연이 끝난 다음 날인 9일 ‘19~39세’의 U2 검색량은 공연 당일에 비해 7배 이상 폭증했다. U2 내한공연을 보러 갈 생각이 없었던 최규연(31)씨는 공연 뒤에야 U2 곡들을 찾아봤다. 최씨는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는 걸 보고 ‘울트라 바이올렛’을 찾아 들었다”며 “U2라는 밴드를 다시 보게 됐다”고 말했다.

U2는 젊은 세대에게 친숙하지 않은 밴드다. 대중음악사에 길이 남을 록 그룹이라는 극찬을 받지만, 한국에선 콜드플레이나 라디오헤드에 비해 유명세가 덜하다. 내한공연도 매진되지 않았을 뿐더러,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 대부분이 중ㆍ장년층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세대간 단절을 상징하는 밴드가 거꾸로 세대를 연결 짓고 있는 셈이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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