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안게임 결승서 인도네시아에 3-0 승리
또 하나의 ‘쌀딩크 매직’이 펼쳐졌다. 박항서(60)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남자 축구가 동남아시안(SEA)게임 금메달을 따 내면서다. 통일 전 남베트남이 1959년 우승한 이후 60년 만이자, 1976년 베트남 통일 이후 첫 정상이다. 다만 박 감독이 후반 막판 심판에 거칠게 항의하다 퇴장 당한 점은 ‘옥의 티’다.
박 감독의 베트남 22세 이하(U-22) 축구대표팀은 10일 오후 필리핀 마닐라의 리잘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 열린 SEA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인도네시아에 3-0 승리를 거두고 금메달을 따냈다. 전반 39분 페널티 박스 왼편에서 찬 도 흥 중(26)의 프리킥이 도안 반 하우(20) 머리에 정확히 연결돼 선제골을 뽑아낸 베트남은 후반 14분엔 도 흥 중이 직접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중거리 골까지 터지며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후반 28분엔 선제골을 기록한 도안 반 하우가 한 골을 더 추가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박 감독은 그러나 후반 30분쯤 경기가 거칠어진 와중에 심판이 반칙에 관대한 모습을 보이자, 거칠게 항의하다 퇴장 당했다. 우승이 확정되자 관중석에 있던 박 감독은 팬들과 환호했고, 관중석 곳곳엔 태극기가 나부꼈다.
동남아 11개국이 56개 종목에서 경쟁하는 SEA는 국내 스포츠 팬들에겐 생소하지만, 동남아에선 올림픽에 버금가는 열기를 보이는 이 지역 최대 스포츠이벤트다. 베트남 국민들은 올해를 우승 한을 풀어낼 적기라는 분위기였다. 국민들은 이날 업무 조기종료, 대규모 거리응원 등으로 2002 한일월드컵 당시의 한국 모습만큼 뜨거운 분위기를 연출했고, 베트남항공은 ‘직관(직접관람)’ 팬들을 위해 이날 마닐라행 여객기를 증편하기도 했다. 이틀 전 여자축구 결승전에선 베트남이 태국을 1-0으로 꺾고 2연패를 기록하면서, 베트남은 첫 남녀 동반우승에도 성공했다.
재작년 베트남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위, 아세안축구연맹(AFF) 챔피언십(스즈키컵) 우승을 이끌었던 그는 베트남 국민들이 그토록 원했던 SEA게임 금메달까지 거머쥐면서 명실상부 베트남 축구 영웅으로 떠올랐다. 베트남은 적어도 동남아시아 지역에선 최강으로 거듭난 모습이다. 박 감독은 14일 오전 베트남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이끌고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다. 베트남 U-23 대표팀은 내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을 대비해 경남 통영시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한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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