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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의 입’ 백기승 “김 회장은 나라를 먼저 생각한 기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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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의 입’ 백기승 “김 회장은 나라를 먼저 생각한 기업인”

입력
2019.12.10 18:36
수정
2019.12.10 22:1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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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그룹 최연소 임원 출신인 백기승 성균관대학교 성균오픈소스SW센터 교수가 10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고(故)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대우그룹 최연소 임원 출신인 백기승 성균관대학교 성균오픈소스SW센터 교수가 10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고(故)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회의에서 ‘세계경영’이라는 단어를 듣고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백기승 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원장은 10일 고(姑)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본보와 만나 김 전 회장에 대한 기억을 이렇게 떠올렸다.

김 전 회장의 전매특허였던 불 같은 열정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당시 세계 경영을 5년 아니 8년 만 추진하면 대한민국 위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던 김 전 회장은 회사를 위해 일한다기보다 애국한다는 느낌으로 일했던 기업인입니다. 어쩌면 ‘대우사태’가 발생했던 것도 나라와 국가경제를 먼저 생각하는 고집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우그룹 ‘최연소 임원’이었던 백 전 원장은 38세였던 1995년 대우구조조정본부 홍보이사로 선임되며 대우그룹 대변인 역할을 해왔다.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국정홍보비서관, KISA 원장을 역임한 이후에도 김 전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김우중의 입’으로 알려져 있다.

백 전 원장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건강 악화 직전인 7~8월 전까지도 국내외 경제상황, 남북관계 등에 대해 고민하면서 고견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개성공단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있었을 당시엔 ‘남북중 합동 공단’을 아이디어로 내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의 세계경영은 눈을 감기 전까지 계속됐습니다. 마지막까지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주력한 ‘글로벌청년사업가(GYBM)’ 프로그램도 우리 국민들이 해외에서 잘살면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추진했어요.” 백 전 원장에게 김 전 회장은 여전히 활발한 글로벌 경영인으로 남아 있는 듯 했다.

백 전 원장은 대우그룹의 몰락 배경에 대해서도 전했다. 김 전 회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조기 졸업을 위해 2년 내 ‘1,000억달러 경상수지 흑자 달성론’ 설파하고 다녔다. 백 전 원장은 이것이 결국 김대중 정부 경제팀과 갈등의 불씨가 됐고, 대우사태로 이어졌던 것으로 평가했다. 실제 김 전 회장은 강봉균 당시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과 갈등이 깊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취임 이후에도 재계 대표로 정부에 입장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겪었다고 했다.

백 전 원장은 “김 전 회장은 대기업의 경우 어느 정도 여유가 있지만, 중소ㆍ영세기업들이 IMF를 넘기기 위해서는 정부 도움이 절실하다고 요청했지만, 강 비서관은 기업에 대한 지원을 거부했습니다”며 “당시 주 2회 열렸던 정재계 회의에서도 5대그룹 총수들이 머리를 짜낸 전략은 거부당하고, 정부 측에서 준비한대로만 공표해 곤란했던 적이 여러 번 있었죠”라고 말했다.

백 전 원장은 결과론적으로 보면 김 전 회장의 흑자론이 맞아떨어졌다고 강조했다. 실제 당시 기업들은 전경련을 중심으로 2년 만에 무역흑자 1,000억달러를 달성했다. 불필요한 수입을 줄이고 수출을 늘리면서 무역흑자를 점차 키운 것. 2001년 8월 IMF 조기 졸업하던 당시에는 외환보유액이 1,000억달러에 이르며 세계 5대 외환보유국이 됐다.

백 전 원장은 김 전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하지 않았다면, 정부와 기조를 잘 맞췄다면 대우그룹 해체는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또 이헌재 당시 금감위원장이 내준 ‘처방’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면서 결국 76조원 규모의 재계 2위 그룹이 해체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터뷰 말미에서 백 전 원장은 “어쩌면 김 전 회장과 같은 역량 있는 기업가를 제대로 키우지 못한 것이 우리 국민들 입장에선 ‘불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고 아쉬워했다.

글 사진=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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