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2'.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2006년 여름 극장가는 영화 ‘괴물’ 흥행으로 떠들썩했다. ‘괴물‘은 1,301만명 관객을 모으며 역대 흥행 순위 1위에 올랐다. 2010년 ‘아바타’에게 왕좌를 뺏기기까지 흥행 넘버원 자리를 고수했다. 2006년 당시 미국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일본 총리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중국 국가주석은 후진타오였다. 스마트폰은 등장하지도 않았다. 13년 전 세상은 지금과 달라도 많이 달랐다.

‘괴물’은 스크린 독과점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상영 당시 스크린 점유율이 가장 높았을 때 38.3%였다. 전국 극장 상영관 10개 중 4개꼴로 ‘괴물’을 상영했다. 상영 점유율은 43.8%까지 치솟았다. 전국 영화 상영 횟수의 절반 가까이가 ‘괴물’이었다.

당시는 불법 다운로드가 극성을 부릴 때였다. 비디오와 DVD 등 2차 시장이 붕괴되면서 영화사들은 극장 상영에 명운을 걸었다. 극장에서 큰 돈을 못 벌면 바로 낭떠러지였다. 2차시장에서 ‘패자 부활전’은 옛말이 됐다. 상영 첫 주 흥행몰이에 실패하면 경쟁작들에게 스크린을 내줘야 했다. ‘괴물’ 같은 대작일수록 스크린 확보에 전력투구했다. 경쟁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던 멀티플렉스 체인들도 흥행작 몰아주기를 통한 돈벌이에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장 상황이 급변했다 해도 ‘괴물’의 스크린 점유는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왔다.

13년이 흘렀다. 스크린 독과점은 여전히 문제다. IPTV 등 2차시장이 많이 커졌는데도 개선되기는커녕 더 심해졌다. 지난 4월 개봉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스크린 점유율 58%(이하 최고치 기준), 상영 점유율 80.9%를 기록했다. 올해 최고 흥행작(1,626만명)인 ‘극한직업’의 스크린 점유율(35.8%), 상영 점유율(54.7%)이 정상으로 착각될 정도다. 스크린 10개 가량의 멀티플렉스가 하루 종일 ‘어벤져스: 엔드게임’만 상영한 경우도 있다. 지난 7일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겨울왕국2’도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스크린 점유율 46.1%, 상영 점유율 73.9%까지 기록했다.

멀티플렉스 체인은 13년 전이나 지금이나 시장 논리를 내세운다. 관객이 원하는 영화에 스크린을 많이 배정해 자주 상영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이나 ‘겨울왕국2’ 등을 제외하면 딱히 상영할 영화가 없다고도 한다. 하지만 대작이 나오면 멀티플렉스 체인이 몰아주기를 하니, 과연 같은 시기에 개봉할 엄두를 낼 영화가 있을까. 멀티플렉스 체인의 지점끼리 성과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흥행작을 상영하지 않고 배겨낼 지점장도 없을 것이다.

최근 영화계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 대형 투자배급사 CJ ENM은 ‘극한직업’과 ‘기생충’(1,008만명), ‘엑시트’(942만명)의 흥행을 발판 삼아 11월까지 관객 4,651만명을 모았다. CJ ENM은 연말 개봉하는 대작 ‘백두산’이 관객을 350만명 이상 모으면 단일 투자배급사로서는 처음으로 한 해 관객 5,000만명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할리우드 직배사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는 ‘어벤져스: 엔드게임’(1,399만명)과 ‘알라딘’(1,255만영)의 흥행으로 ‘겨울왕국2’(11월 21일 개봉)를 제외하고도 11월까지 4,362만명 관객을 모았다. ‘겨울왕국2’의 관객 1,081만명(9일 기준)을 더하면 5,444만명이다. 한 해 총 관객수(2억1,000만명 가량) 중 절반 정도를 두 회사(CJ ENM과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가 차지하게 됐다. 스크린 독과점이 없었으면 과연 가능한 수치였을지 의문이다.

시장 만능주의에 맡겨두면 생태계는 무너지게 된다. 다양한 영화들이 상영될 기회가 사라질수록 재능 있는 영화인들이 설 자리는 좁아진다. 중소 규모 영화들의 판로를 위해선 스크린 점유 상한제의 법제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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