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개최… 대북제재 공조 재정비할 듯
北인권 토의는 유보, 외교적 공간 남겨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미국 요청으로 11일(현지시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추가도발 가능성 등을 논의하기 위한 공개 회의를 갖는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미국의 안보리 소집 요청은 지난해 북미 대화 국면이 조성된 이후 약 2년 만이다. 북한이 제시한 비핵화 협상 ‘연말 시한’을 앞두고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를 재정비해 강력한 경고를 보냄으로써 협상 궤도에서의 이탈을 억제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무부 관계자는 9일(현지시간) 안보리 회의 소집과 관련한 한국일보 질의에 “국무부는 유엔 주재 미국 대표부에 이번주 북한에 관한 유엔 안보리 논의와 관련해 포괄적으로 업데이트된 한반도의 최근 진행 상황을 포함시킬 것을 제안하도록 지시했다”면서 “최근의 미사일 실험들과 도발 확대 가능성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반도의 최근 사건들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일 안보리 상임이사국 대표들과 가진 회의를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안보리 유럽 이사국들은 세계 인권선언의 날인 10일 북한 인권 토의 개최를 요구했지만, 이번달 안보리 순회 의장국인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을 염두에 두고 입장을 보류해 왔다. 하지만 북한이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 시험’을 실시했다고 발표하는 등 궤도 이탈 조짐이 뚜렷해지자 미사일 발사에 초점을 맞춘 회의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미국은 비핵화 협상 국면 이후에는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를 문제삼지 않았고 대신 유럽 국가들이 안보리 회의를 소집해 규탄성명 등을 발표해왔다.
미국은 안보리 회의를 통해 한동안 느슨했던 대북 압박 공조를 재정비하면서 북한에 ‘레드라인’을 넘는 도발을 감행할 경우 강도 높은 추가 제재에 직면할 것이란 경고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회의를 공개적으로 진행하기로 한 것은 국제 사회의 대북 경고음을 보다 분명하게 발신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아울러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올해 말까지 이행하기로 한 북한 노동자 송환 등 각국의 제재 이행 상황도 점검할 예정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트윗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비핵화 약속 이행을 요구한 뒤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와 중국ㆍ러시아ㆍ일본 그리고 전 세계가 이 사안에 통일돼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가 어느 수준에서 미국에 협력할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양국이 대북 경고에 동참하면 북한이 받을 압박감은 커지지만, 북한에 도발 자제와 협상 복귀를 촉구하면서도 미국에 제재 완화 등을 요구하며 다른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미국이 2년 만에 유엔 안보리 회의를 가동하며 대북 압박 행보에 나섰지만 북한이 강력 반발한 북한 인권 토의 개최는 유보했다는 점에서 대화 실마리를 남겨뒀다는 해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외교적 돌파구의 불씨를 남겨두려는 희망으로 북한 인권 남용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목소리를 약화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는 미국이 북한의 체제와 결부된 인권 문제를 전면화할 경우 협상 가능성 자체가 봉쇄될 수 있다고 판단해 일단은 미사일 문제에 초점을 맞춰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로 했음을 보여 준다. 북한도 연일 담화를 통해 미국을 압박하면서도 김 위원장이 최종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며 여지는 남겨둔 상태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이달 중순 방한하는 만큼 북미가 막판 반전의 한 수를 걸어두고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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