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성북 네 모녀’가 하늘로 가는 길은 외롭지 않았다. 한 달 만에 치러진 장례식에 유가족들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주민과 구청 직원들이 상주 역할을 맡아 네 모녀의 하늘 길을 배웅했다.
성북구 구청 직원과 주민들은 10일 오전 서울 강북구 서울좋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인에 대한 무연고자 공영 장례 절차를 진행했다. 고인들의 장례를 맡을 유가족이 없어 상주 역할은 구청 직원과 주민들이 맡았다. 장례식에는 성북구 주민과 성북 네 모녀 추모위원회 관계자, 구청 직원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성북 네 모녀 추모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최돈순 신부는 조사에서 “평생을 외롭게 살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혼자일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외로운 죽음에 가슴이 아프다”며 “살아가는 것도 걱정이지만, 이제는 죽음마저 걱정이 돼버린 우리들의 삶을 그들을 통해 바라본다”고 말했다. 최 신부는 “고인이 걸어온 긴 외로움의 여정을 함께 하진 못했지만, 이제 가야하는 여행길은 덜 외로웠으며 한다”고 덧붙였다. 이승로 성북구청장도 장례식장을 찾아 “앞으로 ‘성북 네 모녀’ 사건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도시가스 검침원들과 업무협약을 맺어 취약가구를 점검하는 등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구청에서 고인의 친인척들에게 장례 소식을 알렸으나, 이날 장례식에는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신은 발인 후 경기도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에서 화장돼 파주시 ‘무연고 추모의 집’에 10년간 봉안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2일 오후 성북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70대 노모와 40대 딸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아무도 이들을 찾지 않아 시신은 숨진 지 상당한 기간이 지난 채 발견된 것으로 추정됐다. 집 우편함에 채무 이행 통지서 등이 있었고 건강 보험료도 밀려 있던 것을 보아 이들 모녀가 생전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현장에서는 '하느님 곁으로 간다' 등 죽음을 암시하는 문구가 담긴 유서가 발견되면서 경찰은 이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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