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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주52시간제 내년 확대 적용되는데 중소 제조업 절반 ‘임금 감소’ 무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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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주52시간제 내년 확대 적용되는데 중소 제조업 절반 ‘임금 감소’ 무대책

입력
2019.12.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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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연구원 실태 조사 보고서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내년부터 50~299인 기업에 주52시간 근로시간제(이하 주52시간제)가 확대 도입되는 가운데, 초과 근로가 많은 제조업 사업장 2곳 중 1곳꼴로 근로자의 임금 감소가 발생하지만 이에 대한 보전 계획이 전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 제조업의 생산직은 기본급의 비중이 적은 대신 초과근로수당을 받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충분한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장시간 노동을 근절하자는 주52시간제의 선한 의도와 달리 저임금 근로자들의 실질임금 감소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한국노동연구원(이하 노동연)의 ‘근로시간 단축 효과와 주52시간제 적용’ 보고서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김승택 노동연 선임연구위원이 5~299인 제조업(식료품, 고무 및 플라스틱, 1차 금속, 자동차 및 트레일러) 분야에 대해 지난 8~9월 8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다. 4개 제조업은 초과근로시간이 길고, 중소규모로 운영되는 곳을 선정했다.

실태조사 결과 중소제조업 생산직은 1주일 평균 10시간 이상의 초과근로를 하고 있었다. 고졸 생산직 신입사원 기준 월 평균 임금은 약 217만원(대졸은 228만원)이었다. 전체 급여 중 초과급여 비중은 13~17% 수준으로, 초과근로시간에 대해선 1.5배의 수당을 받고 있었다. 특히 4개 제조업 모두 생산직은 대부분 시급제를 적용받고 있어 최저임금과 근로시간의 변화에 민감한 직종으로 분석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소제조업의 경우 ‘주52시간제 적용시 임금이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이 약 30~61%에 달했다. 특히 초과근로시간이 가장 긴 고무 및 플라스틱 제품(60.9%), 자동차 및 트레일러(59.9%) 제조 사업장 종사자들의 임금 감소가 클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식료품 제조 사업장은 66.2%가 임금의 변화가 없을 것으로 봤다.

주52시간제 도입시 감소된 임금보전에 대한 예상. 그래픽=송정근 기자
주52시간제 도입시 감소된 임금보전에 대한 예상. 그래픽=송정근 기자

임금이 감소돼도 상당수 기업은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었다. 단축된 초과근로시간에 따른 임금 보전 계획을 묻자 사업장 2곳 중 1곳꼴(41~61%)로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4개 제조업 중 초과근로시간이 가장 긴 고무 및 플라스틱제품 제조업 사업장(51.3%)과 임금 수준이 가장 낮은 식료품 제조업(61%)의 대응 준비 수준이 낮았다.

주52시간제는 법정 근로시간(주40시간) 외 초과근로를 주12시간으로 제한하는 제도다. 노동 시간을 줄여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고 일자리도 늘리자는 취지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 기준 100~299인 사업장(농업ㆍ임업ㆍ어업을 제외한 모든 산업)의 월 평균 초과근로시간은 16.7시간(주3.8시간)에 불과하기 때문에 주52시간제가 중소기업으로 확대돼도 전체 중소기업 근로자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일부 업종에서 고용감소가 발생하는 부작용을 낳은 것처럼, 초과근로수당에 기대야 하는 일부 저임금 근로자는 주52시간제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하다. 김승택 연구위원은 “교대제 중심의 중소제조업과 음식ㆍ숙박ㆍ서비스업 등에서도 초과근로시간이 길고 임금총액에서 초과근로수당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면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고용부는 중소기업의 주52시간제 연착륙을 위해 근로시간을 단축하며 신규채용을 하거나 재직자의 임금 감소를 보전하는 사업장에 한시적으로 지원금을 주는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김 연구위원은 “사업주가 깎이는 임금을 보전할 의사가 있어야 활용 가능한 제도인데 (실태조사에서 보듯) 대책을 세우지 않은 기업이 많아 사각지대가 발생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근본적으로 저임금 근로자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려면 기본급 비중을 높이는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지만 중소제조업의 낮은 노조조직률과 임금 지급능력 등을 고려하면 해결이 쉽지 않다”며 “취약 업종 저임금 근로자에 대한 근로장려세제(EITC) 혜택 고려 등 다각도의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고용부는 주52시간제 확대에 따른 보완책을 11일 오전 최종 발표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을 현재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여야 입장차로 입법되지 못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계도기간 최대 1년 6개월 부여 △특별연장근로 허용 요건 완화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노동연도 이날 ‘근로시간 단축 정책 토론회’를 열어 위와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한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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