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지난해 35개 그룹 상표권 사용료 1조3,000억원”
사용료 받은 회사 절반은 사익편취 규제 대상
지난해 35개 대기업집단이 지주회사 등을 통해 계열사로부터 1조3,000억원에 달하는 ‘브랜드 수수료(상표권 사용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표권 사용료를 받은 회사 중 절반은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아 공정거래위원회의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었고, 상표권 사용료 의존도도 높았다.
공정위가 10일 공개한 기업집단 상표권 수취 내역에 따르면, 59개 기업집단 가운데 지난해 계열사와 상표권 거래를 한 곳은 총 53개 기업집단이다. 이 중 35개 기업집단 소속 52개 회사는 계열사 446곳으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받았고, 43개 기업집단 소속 58개 회사는 계열사 291곳에 무상으로 상표권을 사용할 권리를 줬다.
지난해 유상 거래 52개사의 상표권 사용료 수입은 총 1조2,854억원으로 2017년(1조1,531억원)보다 11.5% 늘었다. 상표권 사용료 거래 규모는 2014년 8,655억원에서 2015년 9,226억원, 2016년 9,314억원 등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상표권 사용료를 가장 많이 받는 기업집단은 LG(2,684억원), SK(2,332억원)이며, 한화(1,529억원), 롯데(1,032억원)그룹의 상표권 사용료 거래 규모도 1,000억원을 넘었다. 상표권 사용료를 내는 계열사 수는 SK그룹이 64개로 가장 많았고, 롯데(49개), 한화(23개), KT(22개), GS(21개) 순이었다.
계열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받은 52개사 중 총수가 있는 기업집단에 소속된 회사는 총 49개사다. 이들 중 24개사(48.9%)는 총수일가 지분율이 30%를 넘어 공정위의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이 중 중흥토건(100%), NXC(98.3%), 부영(95.4%), 동원엔터프라이즈(94.6%), 중흥건설(90.6%) 등 10개사는 총수일가 지분율이 50%를 넘었다.
일부 지주회사는 상표권 사용료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65.7%), CJ(57.6%), 코오롱(45.2%), 롯데지주(39.3%), LG(35.5%) 등 5개사는 상표권 사용료 수입이 매출액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공정위는 이날 59개 기업집단 소속 2,103개 소속회사의 공정거래법상 공시 의무(△내부거래 공시 △비상장사 중요사항 공시 △기업집단 현황) 이행 여부 점검 결과도 함께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35개 기업집단 소속 121개 회사가 163건의 공시의무를 위반했고, 총 9억5,407만원의 과태료를 냈다. 기업집단별로는 중흥건설이 15건을 위반해 7,100만원을 냈으며 태영(14건ㆍ2억4,500만원), 효성(9건ㆍ1억4,100만원), 태광(9건ㆍ5,800만원) 등도 여러 차례 공시 위반을 한 기업으로 꼽혔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