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각성이 강한 향정신성의약품인 LSD 등 마약을 미국에서 밀반입하고 상습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정욱(49) 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의원 딸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 표극창)는 10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홍모(18)양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그에게 보호관찰과 함께 17만8,000여원 추징을 명령했다.
홍양은 지난달 27일 오후 5시 40분쯤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공항에서 마약을 여행용 가방에 숨겨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몰래 들어오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가 밀반입하려 한 마약은 대마를 고농축해 만든 전자담배용 대마 액상(오일) 카트리지 4점과 LSD 3조각, 암페타민 성분의 각성제인 애더럴 3정이다.
그는 고교생 시절인 지난해 2월부터 올해 8월까지 미국 고교 기숙사와 하와이 어머니 주거지 등지에서 LSD 등을 10차례 투약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같은 기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마약판매자와 접촉하거나 친구로부터 3차례에 걸쳐 LSD 등을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LSD 등 마약류는 환각성과 중독성 등으로 인해 사회 전반에 끼치는 해악이 매우 크고 마약류 범죄로부터 사회와 구성원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엄정하게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며 “피고인이 취급한 마약 종류와 성질, 범행의 횟수 등에 비춰 죄책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다만 피고인은 범행을 인정하면서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라며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소년(미성년)인 점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선고 이후 홍양에게 “보호관찰은 괴롭히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보호관찰을 받으면서 마약을 가까이 하지 않도록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검은색 정장을 입고 법정에 출석한 홍양은 재판이 끝난 뒤 “우울증 때문에 마약을 투약한 게 맞나” 등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12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홍양에게 장기 징역 5년~단기 징역 3년과 함께 18만원 추징을 구형했다. 소년법은 2년 이상 유기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에게 장기와 단기로 형기의 상한과 하한을 둔 부정기형을 선고하도록 했다. 다만 장기는 10년, 단기는 5년을 넘을 수 없는데, 모범적인 수형생활을 하면 단기형 복역으로 형 집행을 끝낼 수 있다.
홍양은 검찰 조사에서 마약 밀반입 혐의를 인정했으나 마약을 국내에서 유통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넘길 목적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지난 10월 29일 홍양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면서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벌여왔다. 당시 법원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없고 초범이며 소년인 점을 참작했다”고 판단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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