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독배 마신 심경으로 검찰 출석”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수사로 지난해 6ㆍ13 지방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황운하 대전경찰청장(당시 울산경찰청장)이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면서 검찰도 경찰 수사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황 청장은 1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진실 규명에 협조한다는 자세로 당연히 (검찰에) 출석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검찰이 진실 규명 의지가 있는지는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다. “검찰은 하명수사, 선거개입수사, 이런 틀을 만들어놓고 억지로 꿰어 맞추는데 익숙한 조직이다. 그럼에도 소크라테스가 법과 진리를 지키기 위해 독배를 마신 심경으로 출석한다”는 것이다.
황 청장은 검찰도 경찰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검찰에 출석하는) 조건은 아니”라면서 “검찰도 고래고기 사건에 대한 경찰의 출석 요구를 거부하면 안 된다. 검찰은 법 위에 군림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건은 경찰이 고래 불법포획 증거로 압수한 고래고기를 검찰이 일방적으로 유통업자에게 돌려주도록 결정한 뒤 2017년 9월 해당 검사가 고발돼 경찰이 수사한 것으로, 검경 갈등의 불쏘시개가 됐다.
검찰은 김 전 시장 측근을 수사했던 경찰 10여명에게도 출석을 통보했으나 경찰은 거부했다. 이에 대해 황 청장은 “우리 수사관들이 출석해 사실대로 진술하면 검찰이 왜곡, 변질시킨다. 구두로 진술하면 사건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만 옮겨 적는다”며 “수사관들은 ‘서면으로 진술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소속 김 전 시장 측근 수사가 시작되자 한국당 등은 지난해 3월 황 청장을 직권남용, 공직자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소ㆍ고발했다. 황 청장은 검찰이 아무 연락도 하지 않다가 1년 8개월이 지난 시점에 소환조사를 한다는 것은 불순한 의도라는 입장을 재차 피력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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