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과 지난해 연말 ‘따뜻한한반도사랑의연탄나눔운동’(사랑의 연탄)에는 예상치 못한 거액의 기부금이 도착했다. 정체를 철저히 감춘 독지가는 ‘김달봉’이란 가명 석자 만을 남겼다. 올해도 찬 바람이 불자 김달봉 선생이 어김 없이 찾아왔다. 지난해에 이어 사랑의 연탄에 건넨 금액은 1억원.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김 선생의 선행은 사랑의 연탄 이동섭 상임이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10일 외부에 알려졌다. 이 상임이사에 따르면 김 선생의 기부금으로 마련한 연탄은 지난 7일 성북구 정릉과 강남구 구룡마을 등 서울 및 경기 과천시와 파주시의 고지대 가정에 전달됐다. 사랑의 연탄 직원과 자원봉사자 등 700여 명이 연탄 배달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김 선생의 연탄 기부는 2017년 11월 사무실로 걸려온 한 통의 국제전화가 시작이었다. 한 노신사가 “기부를 하고 싶은데 아무런 내역도 남기지 않고 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의아한 생각에 “연락처를 남기면 다시 연락 드리겠다”고 했다.
전화 연락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남성이 종이봉투를 들고 사무실에 찾아왔다. 그는 “회장님이 전달해 달라고 했다”는 말과 함께 현금 5,000만원을 건넸다. 연말정산 공제용 기부증서를 건네기 위해 직원이 기부자 이름을 물었지만 남성은 김달봉이란 가명만 밝히고 “아무것도 필요 없으니 좋은 곳에 써달라”며 자리를 떴다고 한다.
지난해 겨울 김 선생의 대리인은 기부액을 두 배 늘린 1억원을 들고 찾아왔다. 올해까지 3년간 사랑의 연탄에 기부한 액수만 2억5000만원. 연탄 장당 가격을 약 800원으로 따지면 30만장이 넘는 금액이다.
사랑의 연탄 후원계좌에는 ‘고맙습니다’ ‘힘내세요’ 등으로 입금하는 이름 없는 후원자들이 많지만 김 선생의 기부는 개인 중 최대다. 그럼에도 사랑의 연탄 직원 누구도 김 선생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처음에 국제전화를 한 것으로 미뤄 해외에 거주하는 독지가로 추정할 뿐이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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