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가 저출산 극복한 방법’ 온라인 화제
‘결혼식 올리자마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즉시 대출. 국내 도입이 시급합니다. 금액은 묻고 더블로 가고.’(뺑****)
요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헝가리가 저출산을 극복한 방법’이 이목을 끌고 있어요. 최근 헝가리에서 신혼부부에게 거액을 대출해주는 제도를 도입해 결혼 건수가 기록적으로 올랐다는 기사 내용인데요. 여성이 41세 이하인 신혼부부에게 우리 돈으로 약 4,000만원을 빌려주는 제도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헝가리는 5년 이내에 한 명의 아이를 낳는 부부에겐 대출 이자를 면제해주고, 3명의 아이를 낳으면 대출금을 전액 탕감해주기로 했답니다. 수년 전부터 인구가 연간 4만 명씩 줄어드는 ‘인구 절벽’ 위기 속에서 나온 파격적인 출산 장려 정책이죠.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뜨거운 호응을 보였어요. “우리나라도 자꾸 세금을 엉뚱한 데 쓰지 말고 저런 정책을 즉시 시행해야 한다”(gr****) “장기적으로 보면 긍정적 효과는 볼 수 있을 듯하다”(꾸****)는 의견이었죠. “우리나라도 출산장려금을 지원할 때 까다로운 기준이나 장벽이 없도록 해야 한다”(im****) “국가가 나서서 중소기업 5년 이상 근무한 신혼부부에게 무상으로 주택을 나눠줘야 한다”(xs****)는 등의 제안도 나왔어요.
우리나라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초저출산ㆍ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죠.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명에도 못 미치는 0.98명으로 집계되기도 했어요. 정부는 2006년부터 150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남성 육아 휴직, 임신 및 출산 진료비 지원, 아동수당 등 출산 장려 정책이 쏟아지지만, 모두 일시적이고 제한적이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죠.
무엇보다 결혼 자체를 원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원인으로 꼽힙니다. 4일 인구보건복지협회가 20대 청년 1,000명(남녀 각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저출산인식조사에 따르면 결혼 의향에 대해 ‘하고 싶지 않은 편’은 39.3%, ‘절대 하지 않을 것’은 8.0% 등 부정적인 응답이 절반 가까이 됐어요.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1인 가구의 현황 및 특성’에서는 45세 이상 1인 가구 비율이 2000년 5.5%에서 2015년 19.5%로 상승했습니다. 결국 출산율을 잡기 위해서는 먼저 결혼부터 장려해야 한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결혼 장려에 초점을 맞춘 헝가리의 정책이 우리에게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하지만 정책 도입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헝가리에선 우리 돈 4,000만원이 일반 직장인의 2년치 연봉에 달하는 거액이라고 해요. “저 나라에선 집을 살 수 있는 금액이지만 우린 택도 없다”(ha****) “우리나라는 지원금 주면 집값부터 오를 것”(후****)이라는 등 회의적인 목소리가 적지 않죠. “이미 결혼했거나, 결혼 안 할 예정이거나, 결혼 못 할 사람들의 반대표가 극심할 것”(왕****) “부자들은 더 여유자금 굴리고, 가난한 자들은 애매한 돈으로 여전히 결혼 못 해 악순환이 반복될 듯하다”(발****)는 의견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먼저 젊은이들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조애진 인구보건복지협회 조사연구과 과장은 6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현재 이 상황에서 (무조건)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기보다는 젊은이들의 생각과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죠. 근본적으로 결혼과 출산에 대한 가치관, 태도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중요하겠습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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