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맞서는 유럽 도시들] 크리스토프 팀페 에코연구소 국장
비영리 민간 환경 연구소인 독일 프라이부르크시의 에코연구소는 환경 문제를 연구할 뿐 아니라 프라이부르크시 등 지방정부는 물론 독일과 유럽연합(EU)에 환경정책 자문 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에코연구소는 ‘에너지전환(Energiewende)’이라는 용어를 처음 쓴 곳이기도 하다. 1977년 설립 후 이 연구소가 꾸준히 주장해 온 것이 바로 ‘탈원자력발전’과 ‘탈화석연료’인데, 당시만 해도 급진적인 주장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이젠 전 세계가 공감하며 함께 고민하고 있다.
독일은 에너지전환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유럽에서도 가장 선도적으로 정책을 펴나가는 국가이다.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온실가스 감축에 관해선 우리나라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독일도 어려움을 겪는 분야가 있다. 지난달 14일 독일 프라이부르크시에서 만난 크리스토프 팀페 에코연구소 에너지기후국장은 “독일 정부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37%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목표 달성을 어렵게 하는 분야는 교통 부문”이라고 말했다. 경제 성장에 따라 차량 대수가 늘어나고 자동차의 덩치도 커지기 때문이다.
독일의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 설비용량의 2배가 넘을 만큼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한다. 그렇다고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모든 시민이 반기는 건 아니다. 팀페 국장은 “태양광 패널에 대한 반발은 거의 없지만 풍력발전은 소음 등으로 주민과 야생동물에 피해를 주고 자연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발전이 지난 12년 새 10배 이상 크게 늘어난 반면,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 원료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풍력은 174%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지난해는 해상풍력 위주로 증가했을 뿐 육상풍력은 거의 늘지 않았다. 그는 “정치인들이 원전에 문제가 생기면 모든 비용을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알리고 전기요금이 올라도 시민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득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이 원전에 비해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천천히 줄이는 것은 경제성을 고려하는 한편 석탄 산업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팀페 국장은 “해외에서 전기를 수입하는 것보다 석탄으로 만든 전기가 싸기 때문에 석탄화력발전을 계속 하고 있고 수출도 하고 있다”면서도 “온실가스 때문에 결국 줄여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전력 생산을 100% 채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팀페 국장은 “수소를 원료로 한 발전을 고려하는 등 독일 정부가 2050년까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아가고 있다”며 “탈원전과 탈석탄, 재생에너지 100% 실현 등 무척 혁신적이지만 이것이 독일인들의 정신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라이부르크(독일)=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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