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회’ 저자 김영선 교수 
[저작권 한국일보] 김영선 고려대 한국사회연구소 연구교수는 ’편의’라는 자본 언어에 야간 노동자의 열악한 상황에 주목한다. 배우한 기자

“밤은 더 이상 자는 시간이 아니라 이윤추구를 위해 착취되는 시간으로 변했습니다.”

편의점, PC방, 식당, 카페 등 자정이 넘은 시각에도 불이 환하게 켜진 24시간 영업점은 이제 일상 공간이 돼버렸다. 한국의 도시는 밤이 온전히 밤으로만 존재하는 원초적인 곳으로 내버려 두지 않는다.

여기서 불쑥 드는 원초적 질문 하나. 야간 노동은 과연 자연스런 변화인가. 야간 노동이 바꿔놓고 있는 우리 삶은 그럭저럭 견딜 만한가.

이 같은 질문에 ‘과로사회’ 저자인 김영선(45) 고려대 한국사회연구소 연구교수는 고개를 가로 젓는다. 한국이 다른 나라와 비교불가일 정도로 야간 노동 천국이 돼가는 현실도 안타까워했다. 김 교수를 6일 서울 흑석동에서 만나 야간 노동의 사회적 맥락에 대해 물어봤다.

 _‘밤’은 어떤 시간인가. 

“역사적으로 밤은 쉬는 시간, 자는 시간, 회복 시간, 정지의 의미로 받아들여졌지만, 자본의 입장에서는 멈춰있는 시간일 뿐이다. 생산과 판매가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회전해야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밤은 ‘돈이 되지 않는 장애물’이었다. 한국은 1990년대 중반 외환위기를 겪은 후 규제완화 논리가 도입되면서 유연화 작업이 급속도로 진전됐다. 소비자가 원할 때 언제든지 물건을 사야 한다는 소비만능 이데올로기가 대세가 되면서, 정규직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확대했다. 상품이나 자원으로 환원되지 못했던 밤이,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시간으로 변모했다.”

 _1998년 심야영업규제 철폐 이후의 변화를 어떻게 평가하나.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에 야간 노동이 명문화돼 있지만, 주로 청소년ㆍ여성ㆍ임산부 등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일반적인 임금 근로자의 야간 노동에 대한 규제는 전무하다.”

_야간 노동자에게 1.5배 이상의 수당을 지급하도록 돼있는데.

“야간 수당 지급을 노동자를 보호하는 조치로 이해하면 안 된다. 이는 야간 노동을 규제하지 않고 도리어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가 입장에선 야간 수당을 주면서라도 24시간 일을 시키는 게 더 이익이다. 게다가 근로기준법상 5인 미만 사업장은 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

 _야간 노동이 일상화하면서 ‘정상 노동화’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야간 노동이 과연 당연하고 정상적일까. 독일은 ‘폐점시간법’을 통해 평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를 영업시간으로 정하고, 이를 어기면 처벌을 받는다. 영국은 야간 노동시간을 ‘반사회적 시간’(Anti-social hour)으로까지 표현한다. 그러나 CNN이 ‘서울에선 패배자들이나 잠을 잔다’고 언급할 정도로, 한국은 다른 국가와 비교불가일 정도로 야간 노동이 일상이 돼가고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거의 모든 업종에 걸쳐 야간 노동에 종사하는 곳은 없다.

뒤바뀐 시간표 때문에 특이한 형태의 가족이 출현하는 등 개인의 삶도 크게 변하고 있다. 예컨대 주간ㆍ야간 교대조로 일하는 가족의 경우 같은 공간에 살면서도 ‘노동 시간표’가 달라서 주말부부와 같은 가정 형태를 띤다. 과거에는 ‘노동의 절대적 시간’만이 노동자들의 관심사였지만, 지금은 일하는 시간대도 중요한 고려사항이 됐다.”

 _정부 차원에서 반드시 마련돼야 할 대책이 있다면. 

“고용노동부는 지금이라도 야간 노동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 국회에서도 국제노동기구(ILO)의 ‘야간근로 협약’을 비준할 필요가 있다. ILO가 권고하는 협약은 야간노동과 관련한 휴식시간, 작업장, 연속노동 등을 규정하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에서도 7개국이 이미 비준했다. 구속력 있는 법적 조치는 아니지만, 노동계에서 야간 노동의 여러 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민준 인턴기자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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