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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와 정부가 암호화폐 소득세 부과를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서면서 암호화폐 업계에선 이를 제도권 편입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간 암호화폐가 투기상품 취급을 받으며 시장 발전을 위한 제도적 울타리를 얻지 못하고 있는 처지를 이참에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특히 암호화폐 거래 소득이 ‘기타소득’이 아닌 ‘양도소득’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권(기타소득)보다는 주식ㆍ부동산(양도소득)과 함께 묶여야 ‘자산’으로서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9일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최근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암호화폐에 ‘가상자산’이라는 법적 지위가 부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기획재정부가 전날 가상자산에도 소득세를 부여할 수 있도록 내년 세법 개정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암호화폐가 세금이 매겨지는 어엿한 ‘자산’으로 대접받을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선 가상자산이 어떤 자산으로 분류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는 정부가 가상자산을 소득세법상 ‘양도소득’과 ‘기타소득’ 중 어떤 범주에 포함시키느냐와 연계돼 있다. 양도소득은 주식, 부동산과 같은 자산을 거래할 때마다 발생하는 소득에 부과되고, 기타소득은 상금, 복권 당첨금 등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1년에 한번 합산 과세한다.

업계는 암호화폐가 양도소득세 대상이 되길 원하는 분위기다. 암호화폐 위상이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확고한 자산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반면 기타소득으로 분류될 경우엔 복권 등과 더불어 ‘한 방’ ‘일확천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 시장이 많이 성숙했음에도 여전히 도박 이미지가 강하다”며 “암호화폐가 주식과 같은 자산으로 인정받아 거래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업계는 특금법 개정안이 가상자산 사업자(암호화폐 거래소)에게 ‘고객 확인’ 및 ‘이용자별 거래 내역 분리’ 의무를 부과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실명거래가 이뤄져 거래건별 소득을 산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면 양도소득세 부과 요건이 충족된다는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선 소득세법상 양도소득 종류에 가상자산을 포함하는 법 개정 작업이 필요하다.

시가 산정은 암호화폐 양도소득세 부과의 또 다른 선결 과제다.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주식이나 부동산은 하나의 거래소나 정부가 인정하는 시가가 존재하는 반면, 암호화폐는 거래소마다 가격이 다르다”며 “과세를 위해선 시장과 정부에서 인정하는 공신력 있는 시가를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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